해외에 다녀온 적 없는 내국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의 세부 계통 ‘BA.2.75’(일명 ‘켄타우로스’)에 감염된 사실이 14일 확인됐다. 켄타우로스는 현재 국내 코로나19 유행을 주도하는 또 다른 세부 계통 ‘BA.5’보다 전파력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 질병관리청은 11일 코로나19에 확진된 인천 거주 60대 A 씨의 검체를 정밀 분석한 결과 켄타우로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국내 첫 확진 사례다. 현재 재택치료 중인 A 씨의 감염 경로는 밝혀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A 씨가 최근 해외를 방문한 적이 없는 점에 미뤄볼 때 켄타우로스가 이미 국내 지역사회에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당국은 A 씨의 접촉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아직 추가 확진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켄타우로스는 5월 인도에서 처음 발견된 뒤 미국 영국 등 15개국으로 확산됐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인도 내 확산 속도는 BA.5 대비 3.2배였다. 해외 연구진은 켄타우로스가 BA.5보다 돌연변이가 더 많아 백신이나 자연면역을 무력화시키는 수준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최근 켄타우로스를 ‘우려변이 세부 계통’으로 지정했다.
켄타우로스와 BA.5가 국내에 동시에 퍼지면서 이번 코로나19 유행 규모가 기존 예측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선 이미 BA.5 확산만으로도 재유행에 가속이 붙었다. 14일 0시 기준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만9196명으로 한 주 새 2.1배로 늘었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4주 후인 다음 달 10일경 하루 최다 28만8546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켄타우로스까지 퍼지면 올 초 오미크론 변이와 ‘스텔스 오미크론’이 동시에 유행했을 때처럼 확산세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날 전국 45개 상급종합병원장과 긴급 간담회를 열고 코로나19 중환자 병상 재가동 등을 논의했다. 이기일 복지부 2차관은 “고위험 중환자가 신속하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수준의 병상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건희 becom@donga.com · 이지운기자 eas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