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리 1.25%로 올려 돈줄 죄기… 정부는 “추경 14조” 대선앞 돈 풀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25%로 올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으로 되돌렸다. 3%대로 치솟은 물가와 미국의 빨라진 긴축 행보에 대응해 ‘돈줄 조이기’에 나선 것이다.

　반면 정부는 사상 초유의 1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공식화하며 3월 대선을 앞두고 14조 원의 ‘돈 풀기’를 결정했다. 통화·재정 정책이 또 엇박자를 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현행 연 1.00%인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올렸다.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0.5%)로 떨어졌던 기준금리가 1년 10개월 만에 위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직전 금통위였던 지난해 11월에 이어 이번까지 한은이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건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7년 이후 14년 만이다. 그만큼 물가 수준이나 미국의 긴축 속도를 심각하게 본 것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물가 상승 압력이 예상보다 크고 광범위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현재 금리 수준은 여전히 완화적”이라며 추가 금리 인상의 뜻을 내비쳤다.

　기준금리 인상 발표 직후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부합동 브리핑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 및 방역 지원에 한정한 원포인트 추경”이라며 14조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통해 코로나19 여파로 매출이 감소한 자영업자·소상공인 320만 명에게 300만 원을 지급할 방침이다.

　정부가 예산 집행을 시작하는 1월에 추경을 편성하는 건 사실상 처음이다. 6·25전쟁 도중인 1951년 1월이 있지만 당시 전시 상황과 비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또 대선 전에 추경을 편성하는 것도 1992년 이후 30년 만이다. 정부는 지난해 초과세수 10조 원을 기반으로 추경을 편성하겠다고 하지만 4월 결산 전에는 초과세수를 쓸 수 없어 대규모 적자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맞춤형 지원은 본예산에 집어넣어 하는 게 맞다”며 “추경이 상시화하면 정책 효과가 떨어지고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물가 안정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민우 minwoo@donga.com · 최혜령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