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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국가다

Posted June. 30, 2021 07:22   

Updated June. 30, 2021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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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국가 안에 사는 것이 아니라 언어 안에서 살아간다.” 카탈루냐 작가 자우메 카브레의 소설 ‘나는 고백한다’에 나오는 신부의 말이다. 무슨 의미일까. 바르셀로나 축구팀으로 유명한 카탈루냐 지역은 스페인의 일부지만 말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 그런데 프란시스코 프랑코 독재정권은 초기에 다수 민족의 언어 카스티야어(스페인어)를 강요하면서 카탈루냐어를 금지하고 어기면 처벌했다. 카탈루냐인들이 기댈 곳은 모국어밖에 없었다. 이것이 국가가 아니라 “언어 안에서 살아간다”는 말의 의미다. 그들은 아직도 독립하지 못하고 그렇게 산다.

 우리에게도 그랬던 역사가 있었다. 국가가 없어진 일제강점기 우리 선조들에게는 한글이 곧 국가였다. 그래서 언어를 지키는 일은 곧 나라를 지키는 일이었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말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다한 이유다. 그들은 해외를 떠돌아도 한글, 아니 국가를 짊어지고 다녔다. 자크 데리다가 했던 말처럼 모국어는 일종의 “이동 주택”이었다.

 그랬던 우리말이 망가지고 있다. 우리는 습관적으로 영어를 입에 올린다. 이제는 영어를 섞어야 세련되게 들린다. 불순한 것을 세련된 것으로 착각하게 된 거다. 하기야 우리말을 대하는 우리 모습은 늘 그랬다. 15세기 초에 만들어진 한글은 상스러운 글자라는 뜻으로 언문이라 불리고 여자들이 쓰는 글자라는 뜻으로 암글이라 불렸다. 양반들은 여전히 한자를 고집하고 한자로 사고했다. 500년을 그런 식으로 살았다. 지금은 영어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따름이다. 우리는 나라를 잃고 언어 안에서 살아야 했던 역사를 너무 쉽게 잊고 있다. 아직도 독립하지 못하고 국가가 아니라 언어 안에서 살아가는 카탈루냐의 식민적 비애를 생각할 일이다. 카탈루냐 작가 카브레가 스페인어가 아니라 카탈루냐어로 소설을 쓰는 이유를 진지하게 생각할 일이다. 입이 아니라 가슴에서 나오는 모국어가 곧 국가다. 그런데 그 모국어가 아프다. 그것도 아주 심각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