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은 이란 핵합의 복원 협상과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대통령 당선자를 만날 계획이 없다고 21일(현지 시간) 밝혔다. 세계 패권국 미국 대통령의 이란 측 상대는 대통령이 아니라 최고지도자임을 상기시키며, 이란의 대통령 당선자 에브라힘 라이시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날 생각이 없다”고 한 발언을 맞받아친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라이시 당선자의 발언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란의 의사 결정권자는 최고지도자라는 것이 바이든 대통령의 관점”이라며 “이는 선거 전에도,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답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바이든 대통령의 카운터파트이기 때문에 이란에서 대통령이 선출됐다고 해도 바뀌는 건 없다는 취지다. 사키 대변인은 “우리는 현재 이란과 외교적 관계가 없고 지도자급 수준에서 만날 어떤 계획도 없다”며 “그런 측면에서 변한 게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앞서 20일 방송 인터뷰에서 같은 설명과 함께 이란의 대통령 교체가 핵합의 복원 협상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초강경 보수파인 라이시는 대통령 당선 후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먼저 대이란 제재를 풀어야 하고 바이든 대통령과 만날 일이 없다고 밝혔다. 이란은 라이시가 당선된 지 하루 만에 서방과의 핵합의 복원을 위한 협상 중단을 일방적으로 선언한 상태다. 사키 대변인은 그동안 이란과 6차례 협상이 끝났고 7번째 협상 일정은 발표되지 않았다면서 “협상팀들이 본국과의 협의를 위해 돌아가 있고 이 협상이 어떻게 풀릴지 지켜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