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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원 버려졌던 아이, 보육원 ‘희망 쌤’으로

보육원 버려졌던 아이, 보육원 ‘희망 쌤’으로

Posted May. 15, 2021 07:58   

Updated May. 15, 2021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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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1년 네 살 아이는 동생과 함께 경북 김천의 한 보육원 앞에 버려졌다. 몇 년 후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선생님이 물었다. “혹시 우리 반에 보육원 사는 학생 있나요?” 새 학년 시작 때마다 같은 질문이 반복되면서, 아이는 자신의 처지를 깨달았다. 하지만 무시당하는 건 싫었다. 더 인정받기 위해 이를 악물고 노력했다. 보육원 동생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며 도움을 전하는 사람도 많았다.

 시설을 퇴소한 2002년, 아이는 체육교사가 됐다. 학생들이 재미있는 체육수업을 받을 수 있게 야구를 응용한 새로운 스포츠 종목 ‘투투볼’을 개발했다. 그 덕분에 2017년 ‘한국체육대상 교육부 장관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한국고아사랑협회 회장을 맡았고, ‘나는 행복한 고아입니다’라는 책도 펴냈다. 지금도 자신이 살았던 보육원 등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아이들과 상담한다.

 “보육원을 나가면 통장을 어떻게 개설하고 집은 어찌 구할지 같은 얘기를 해주고, 공부나 심리 상담도 해줍니다. 내가 거기서 성장했으니까 말해줄 수 있는 거지요.”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성남 김천 어모중 교사(44)다. 그는 14일 교육부가 개최한 ‘제40회 스승의날 기념식’에서 옥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 교사 등 17명이 근정훈장을, 16명이 근정포장을 받는 등 우수 교원 3133명에게 포상과 표창이 수여됐다. 이날 기념식은 충남 논산시 강경고에서 열렸다. 강경고는 스승의날이 유래한 곳이다. 1958년 이 학교 JRC(청소년적십자단) 단장 노창실 씨(81·여)와 단원들이 병석의 선생님을 방문해 위로하고 퇴직한 은사를 찾아뵌 활동이 시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노 씨는 “참으로 어려운 시절이었는데 선생님들께서 돈 없는 학생의 수업료를 대신 내주시고, 아픈 학생에게는 죽을 쒀 주시는 등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다”며 “선생님의 말씀 한마디는 학생들에게 꿈과 희망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교권 침해 등 학교 현장의 어지러운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최예나 ye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