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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트의 힘

Posted February. 04, 2021 07:55   

Updated February. 04, 2021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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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화로운 주방에서 두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다. 왼쪽의 마른 남자는 요리사고, 오른쪽의 배 나온 남자는 추기경이다. 나이 든 추기경은 자신이 만든 소스로 젊은 요리사를 깜짝 놀라게 하고 있다. 소스를 맛본 요리사는 “어떻게 이런 맛을!” 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고, 냄비를 손에 든 추기경은 먼 데를 응시하며 뿌듯한 미소를 짓고 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제앙 조르주 비베르가 그린 이 그림은 21세기 ‘쿡방’의 한 장면처럼 재미를 주지만 한 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교황을 모시는 최고위 성직자가 왜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는 걸까? 지금이야 요리하는 남자가 흔한 시대지만 19세기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특히 상류층 남성이나 고위 성직자가 주방에 들어간다는 건 상상할 수 없던 때였다. 그런데 이 추기경은 선홍색 예복 위에 앞치마를 두르고 능수능란하게 요리 실력을 뽐내고 있다.

 사실 비베르가 이 그림을 그린 목적은 성직자의 위선적인 생활과 부패한 상류사회를 고발하기 위해서였다. 그가 활동하던 시대는 프로이센-프랑스 전쟁과 파리 코뮌, 나폴레옹 3세의 폐위와 제3공화정 수립 등 군주제에서 공화제로 옮겨가는 프랑스 사회의 정치적 격변기였다. 당시 고위 성직자들은 대부분 왕족이나 귀족 가문 출신으로 호화로운 생활을 했기 때문에 공화주의자들에겐 비판의 대상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비베르는 성직자 풍자화로 큰 명성을 얻었다.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추기경이나 주교는 요리를 하거나 카드놀이를 하고, 점쟁이를 불러 점을 보거나 불어난 체중 때문에 다이어트를 하는 등 종교생활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묘사돼 있다.

 감옥에 갈 수도 있는 불경한 내용이었지만, 위트와 유머가 서린 그의 그림은 미국에까지 알려져 큰 인기를 끌었고, 심지어 성직자들도 좋아했다. 이렇게 비판의 당사자까지 매료시킨 비베르의 풍자화는 날 세운 비판보다 더 강력한 위트의 힘을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의 시사만평처럼 말이다. 미술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