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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미국 대선, 흔들리는 트럼프

Posted July. 15, 2020 07:35   

Updated July. 15, 2020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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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 3일 실시되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4개월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점점 더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모든 여론조사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밑에서 8년간 부통령을 지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가 전국 단위는 물론 4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승리를 거머쥐었던 주요 경합주에서도 모두 상당한 우위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정치에는 그 어떤 것도 확실한 게 없고, 앞으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그리고 이로 인한 경기 침체로 그가 재선할 수 있는 주요한 이유로 여겨졌던 경제적 성공은 사라져 버렸다.

 이런 추세를 감안할 때 트럼프에서 바이든 행정부로의 전환이 한미 관계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를 살펴볼 때가 된 것 같다. 우선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풍부한 대외관계 경험을 갖춘 대통령이 될 것이다. 부통령이자 상원 외교위원회의 오랜 수장으로서 바이든은 전 세계 지도자들을 만나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동맹이 갖는 역할에 대한 깊은 인식을 발전시켜왔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든은 ‘미국 우선주의’ 같은 슬로건을 없애고 아시아와 유럽의 전통적인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더욱 강조할 것이다. 그는 기후 변화와 세계 보건 같은 중요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한 국제적 노력에 다시 관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 트럼프의 가장 중요한 이니셔티브는 북한 지도자와 직접 만나겠다는 의지였는데, 트럼프의 재선 실패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포용 노력과 잘 맞아떨어졌던 과거와의 결별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접근법은 처음에는 드라마틱한 사진 연출과 일부 한반도의 긴장 완화를 가져왔지만, 최근 몇 달 동안에는 북한의 비타협적인 태도로 인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이 아직 비핵화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11월 이전에 추가적인 상황 전개를 배제할 수는 없지만, 트럼프는 퇴임 전에 북한과 함께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의 교류가 남북 간 진전을 촉진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한국 지도자들에게는 실망스러울 것이다.

 바이든은 적어도 초기에는 북한에 대해 더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말에 가까워지는 상황에서 한미 공동의 접근법과 기대치를 어느 정도 조정하도록 요구할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지도자들은 새 행정부가 워싱턴에 취임하게 될 때 대북 정책이 논쟁의 핵심이 되지 않도록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요컨대 바이든은 북한에 대해서는 덜 적극적이지만 동맹에 대해서는 더 확고할 것 같다. 동맹을 존중하는 그의 태도로 볼 때 바이든은 미군 철수를 고려하거나 일방적으로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터무니없는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하는 경향이 트럼프에 비해 덜할 것이다.

 미국 선거에서 누가 이기든 중국은 앞으로 몇 년 동안 동아시아 지역에 대한 미국의 접근방식에서 더 큰 영역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미국의 양대 정당은 중국을 우리의 가장 심각한 안보 및 경제적 도전으로 보게 됐고, 동맹국들이 정책을 세울 때 이런 점을 고려하기를 기대할 것이다. 지금까지 바이든은 일방적 행동에 덜 의존하고 동맹국 및 국제기구와의 협력에 더 많이 의존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트럼프와 차별화했다. 앞으로 이것은 한국에 어려운 결정을 초래할 수도 있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한국에 대한 미국인의 존경심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실패에 실망한 미국인들은 한국의 성공과 경험 및 자원을 공유하려는 의지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한국은 또한 전염병 기간 동안 자유롭고 개방적인 선거를 실시함으로써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에 모범을 보였다. 우리는 11월 선거가 비슷한 성공으로 평가되기를 바랄 뿐이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