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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령 지키느라 모친 임종 못지킨 네덜란드 총리

봉쇄령 지키느라 모친 임종 못지킨 네덜란드 총리

Posted May. 27, 2020 07:39   

Updated May. 27, 2020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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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마르크 뤼터 총리(53·사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령을 지키기 위해 모친의 임종을 놓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방역 지침을 어겨 물의를 빚은 영국, 오스트리아, 미국, 브라질 등의 지도자와 대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지켰다’는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뤼터 총리의 모친인 미커 뤼터딜링 여사(96)는 네덜란드 헤이그의 한 요양원에 거주하고 있었다. 고령인 그는 이달 초 건강 상태가 악화돼 임종이 가까워졌다. 코로나19에 감염된 건 아니었다.

 이달 13일 뤼터딜링 여사는 결국 세상을 떠났지만 뤼터 총리는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개인이 요양원 등 집단시설을 방문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은 봉쇄령 때문이다. 뤼터 총리는 “슬픔이 크지만 어머니께 감사하며 작별을 고한다. 앞으로 모든 이들이 평화롭길 희망한다”고 했다. 총리실 측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규정을 총리가 준수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네덜란드 정부는 요양원 등 집단시설 봉쇄 조치를 이날 일부 완화한 데 이어 다음 달 15일 완전 해제할 방침이다.

 헤이그 출신인 뤼터 총리는 청년 시절 우파 성향의 자유민주국민당(WD)에서 정치를 시작했다. 2006년 당 대표에 올랐고 2010년 총선에서 WD 소속으로는 92년 만에 총리로 취임해 10년째 재임 중이다.

 뤼터 총리의 이런 행보는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어기는 주요국 지도층과 대비된 모습이라고 가디언은 전했다. 영국에서는 코로나19 증세를 보인 도미닉 커밍스 총리실 수석보좌관(49)이 자가 격리를 어기고 400km를 이동한 사실이 드러나 사퇴 요구가 커지고 있다. 커밍스 보좌관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최측근이다.

 커밍스 보좌관은 “4세 아들의 돌봄 때문에 더럼의 부모 집을 방문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그는 당시 일대 관광지도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커밍스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 증상으로 시력이 나빠져 격리 후 복귀 시 런던까지 운전을 할 수 있을지 시험 삼아 차를 몰아 본 것”이라고 해명해 비판 여론을 키웠다.

 오스트리아 알렉산더 판데어벨렌 대통령은 24일 봉쇄령을 어기고 밤 12시가 넘도록 수도 빈의 한 식당에 머물다 경찰에 적발됐다. 리오 버라드커 아일랜드 총리도 21일 밤 더블린의 한 공원에서 친구들과 산책을 즐겨 ‘공공장소에서 오래 머물지 말라’는 정부 지침을 어긴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현충일 연휴인 23, 24일 버지니아주 스털링의 한 골프장에 마스크 착용 없이 방문해 ‘방역 무시’ 논란을 빚었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역시 23일 밤 마스크를 하지 않은 채 브라질리아 시내 노점상 앞에서 핫도그를 먹는 모습이 노출돼 구설수에 올랐다.


김윤종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