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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4+1’ 밥그릇 싸움...국민은 아랑곳없는 누더기 선거법

몰염치한 ‘4+1’ 밥그릇 싸움...국민은 아랑곳없는 누더기 선거법

Posted December. 21, 2019 08:23   

Updated December. 21, 2019 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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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유한국당을 배제한 ‘4+1’ 협의체가 주도한 선거법 협상이 사실상 결렬됐다. 이들은 비례대표 50석 중 30석에만 연동률 50%를 적용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석패율제에 여당이 반발하면서 합의가 무산된 것이다. 여당은 선거법 합의가 어려워지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을 먼저 처리하자고 했지만 군소야당은 “웃기는 소리 말라”고 받아쳤다. 극적인 돌파구가 없으면 선거법의 연내 처리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는 ‘4+1’ 협의체에서 한 석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낯 뜨거운 이전투구를 벌이는 형국이다.

 석패율제는 지역구에서 아깝게 낙선한 후보자를 비례대표에서 구제해주는 제도다. 영호남 지역 구도를 완화한다는 명분도 있었다. 하지만 그 취지는 퇴색하고 군소야당 중진들이 지역 선거에서 떨어질 경우 비례대표로 국회에 진출하기 위한 정치적 꼼수라는 지적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과거 석패율제에 대해 ‘거물 정치인을 위한 보험’이라고 맹비난했다가 이번엔 말을 바꿨다.

 지난 4월 ‘4+1’ 협의체에서 석패율제에 동의했던 여당도 정치적 득실계산에 따라 말을 뒤집었다. 1∼2% 차이로 박빙의 접전을 치러야 하는 수도권에서 정의당 후보가 석패율제를 노리고 완주하면 범여권표가 분산된다는 분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주로 서울 등 수도권 여당 의원들이 석패율제에 강력 반발한 이유다. 선거가 임박하자 그럴듯한 대의명분은 사라지고 눈앞의 한 표가 아쉬워진 것이다.

 ‘4+1’ 협의체는 공수처법 처리가 급한 여당과 선거법 협상에 사활을 건 군소야당의 정치적 뒷거래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결국 그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선거법은 이질적인 ‘지역구+정당명부 비례대표+연동형 비례대표’ 3종 세트가 뒤엉킨 누더기가 되어버렸다. 이 법안대로 강행 처리될 경우 한국당은 비례대표 의석만 노린 ‘비례한국당’을 별도로 만들겠다고 예고했다. 비례전문 위성정당이 줄줄이 등장할 판이다.

 선거제도는 평범한 국민들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난수표 같은 선거법을 만들면서 군소야당 대표가 “국민들은 산식(算式)을 알 필요 없다”는 취지로 말했는데 정말 자기들만의 선거를 치를 생각인가. 이런 식이라면 개혁이 아니라 개악(改惡)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