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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금강산 경협’ 비난한 김정은

Posted October. 24, 2019 07:22   

Updated October. 24, 2019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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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 또 김 위원장은 “(한국에)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북한식으로 금강산 지구를 재건설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날 국회 시정연설에서 남북 간 ‘평화경제’를 강조한 지 하루 만에 김 위원장이 남북관계 상징과도 같은 금강산 관광시설을 철거하도록 지시하면서 남북 간 간극이 뚜렷이 드러났다.

 이날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이 마치 북과 남의 공유물처럼, 북남(남북)관계의 상징, 축도처럼 돼있고 북남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땅이 아깝다”면서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이 ‘선임자들’을 언급하며 선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경협사업으로 결정한 금강산 관광을 비판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지난해 9월 남북 정상이 평양 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금강산 관광 및 개성공단 재개가 이뤄지지 않은 데 대한 불만으로 보인다. 

 현지 시찰에는 4개월 간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리설주 여사와 함께 김여정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미국통’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까지 동행했다. 대북제재 해제나 북미 비핵화 협상의 진전이 없을 경우 16일 백두산 등정에서 밝혔던 ‘자력갱생’ 기조를 바탕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겠다는 대미(對美) 메시지로도 풀이된다. 다만, 김 위원장은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해” 철거하도록 하고, “세계적인 관광지로 꾸려진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남북 실무협의나 민간 교류의 여지는 남겨뒀다는 해석도 있다.

 청와대는 23일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어떤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향후 계획이 어떻게 되는지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라며 “청와대가 낼 입장은 없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의 말씀에 대해 북한이 호응한건지 아닌지는 북한만이 알고 있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이날 발언으로 여권을 중심으로 가능성을 띄웠던 김 위원장의 11월 한국 답방도 사실상 무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나리기자 journari@donga.com · 박효목기자 tree6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