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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레프, 세리나 꺾고 윔블던 우승

Posted July. 15, 2019 07:42   

Updated July. 15, 20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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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리나 윌리엄스(38·미국·11위)가 받아친 공이 네트에 걸리자 시모나 할레프(28·루마니아·7위)는 잔디에 무릎을 꿇고 양손을 치켜 올렸다. 할레프는 윌리엄스와 한 차례 포옹한 뒤 다시 코트에 엎드려 오열했다. 할레프가 ‘여제’ 윌리엄스를 물리치고 2019 윔블던 테니스 대회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이었다.

 할레프는 13일 영국 런던 윔블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여자 단식 결승에서 윌리엄스를 56분 만에 2-0(6-2, 6-2)으로 제압했다. 경기 후 할레프는 “내 테니스 인생 최고의 경기였다. 마지막 포인트를 따내는 순간 다리에 힘이 빠졌다”며 기뻐했다. 할레프는 트로피와 함께 우승 상금 235만 파운드(약 34억7000만 원)를 챙겼다.

 할레프와 윌리엄스의 결승 대전이 확정됐을 때만 해도 그의 우승을 점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2017년 세계 랭킹 1위를 차지했던 데다 지난해 프랑스오픈에서 개인 통산 첫 번째 메이저대회 우승까지 거머쥐었던 할레프지만 상대는 ‘여제’로 불리는 윌리엄스였다. 윔블던에서만 7차례 우승을 차지한 윌리엄스는 통산 메이저 단식 23회 우승으로 마거릿 코트(호주)의 최다 우승 기록(24회)을 바짝 쫓고 있다. 할레프는 이날 경기 전까지 윌리엄스에게 1승 9패로 절대 열세였다.

 할레프의 정교한 플레이가 반전을 일으켰다. 빠른 발을 앞세운 할레프는 초반부터 각도 깊은 앵글 샷을 여러 차례 꽂아 넣으며 경기 시작 11분 만에 4-0으로 달아났다. 이후 리드를 지켜 1세트를 26분 만에 따낸 할레프는 2세트 게임스코어 2-2로 맞선 상황 윌리엄스의 서브 게임을 가져와 승기를 잡았다. 할레프는 이후 한 게임도 내주지 않으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168cm로 테니스 선수로는 키가 작은 편인 할레프는 이날 서브 최고 시속 173km를 기록했다. 175cm인 윌리엄스는 서브 최고 시속 189km로 여전한 힘을 과시했다. 메이저대회 중 유일한 잔디 코트 대회인 윔블던은 서브가 강한 선수가 유리한 대회다. 잔디는 표면이 미끄러워 바운드된 공의 감속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할레프는 실책 3개에 그친 안정적인 플레이로 실책 26개로 자멸한 윌리엄스를 눌렀다. 할레프는 “루마니아에는 잔디 코트가 없다. 잔디 위에서 윌리엄스를 상대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윌리엄스는 경기 감각을 찾으면 도저히 막기 어려운 선수이기 때문에 초반부터 틈을 주지 않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응형기자 yesb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