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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파, 폴 세잔의 위대한 아들들  

Posted January. 09, 2019 07:25   

Updated January. 09, 2019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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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디지털’ ‘몰입형 미디어’ 같은 전시로는 채워지지 않는 아쉬움이 있다. 눈을 가까이 갖다 댔을 때 보이는 화면의 질감과 세세한 표현은 원화로만 맛볼 수 있는 즐거움이다. 프랑스 파리의 화려한 시절에 활약한 화가들의 유화를 직접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파리시립근대미술관 소장품 90여 점을 소개하는 ‘피카소와 큐비즘’전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1906년 시작된 입체파 시대 110주년을 기념해 3년 전 기획됐다. 시기별로 구성된 전시는 폴 세잔의 풍경화 두 점으로 시작한다. 서양화의 전통적 원근법을 무시하고 해체하듯 그린 세잔의 풍경은 후대 화가들에게 충격을 줬다. 세잔 회고전을 본 피카소와 브라크도 그의 영향으로 한 그림에 여러 시점을 넣은 ‘입체파’ 그림을 그린다. 입체파의 기원을 소개하는 첫 번째 전시관은 피카소는 물론이고 앙드레 드랭, 라울 뒤피 등 그의 영향이 뚜렷이 보이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피카소는 “세잔은 우리 화가들의 아버지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전시 총감독인 서순주 박사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은 두 번째 전시관은 피카소와 브라크의 입체파 회화를 만날 수 있다. 이때만 해도 두 화가는 대부분의 시간을 함께 보내며 입체파 회화를 연구했다. 그래서 어떤 작품은 서로 구분이 어려울 정도로 화풍이 비슷하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물감에 모래를 섞거나 신문지를 오려 붙이는 등 그 나름의 실험을 한 흔적이 엿보인다.

 뒤로 이어지는 전시관은 후대 입체파 화가들의 경향을 보여준다. 마르셀 뒤샹의 맏형인 자크 비용, ‘입체파’ 책을 쓴 알베르 글레이즈와 장 메챙제의 작품 등을 선보인다. 입체파의 영향 아래 각 작가들이 어떻게 다른 방식으로 그림을 그렸는지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마지막에 전시된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들로네 부부의 대형 회화 4점은 80년 만에 파리시립근대미술관 밖으로 나온 작품들이다. 거대한 규모 때문에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 지게차를 동원했고, 설치를 위해 보존 전문가 2명이 투입됐다고 한다. 이 그림들은 1938년 튈르리 살롱전 조각실을 장식하기 위해 전시 조직위원회가 의뢰한 것들로, 이듬해 파리시에 기증돼 파리시립근대미술관의 소장품이 됐다. 피카소 작품보다는 입체파의 다양한 면면을 알고 싶은 관객에게 적합한 전시다. 3월 31일까지. 1만∼1만5000원.


김민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