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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격할 곳이 없다

Posted October. 30, 2018 07:40   

Updated October. 30, 2018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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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대부터 개혁은 저항을 불렀다. 기원전 6세기 아테네의 정치가 솔론은 극에 달한 부자와 빈자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개혁정치를 시행했다. 그의 개혁은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개혁안의 표본으로 역사에 명성을 얻었지만 부자와 빈자 모두 서운하게 여겼다. 관료와 군, 기업과 같이 조직을 대상으로 하는 개혁은 더 어렵다. 저항도 조직적이다. 조직적인 저항보다 더 무서운 것은 조직적인 무력감이다. 규정과 관행이라는 보호막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은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조직이 가진 권한에 기댄 사람들은 타자가 자신에게 맞추도록 강요하는 데 익숙하다. 이럴 때 개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개혁이 구성원의 사기를 저하시켰다고 말한다. 오랜 세월 동안 ‘사기 저하’는 드러내 놓고 개혁에 반발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 개혁을 교묘하게 무력화하고, 흐지부지하게 만드는 꽤 유용한 무기였다.

 도대체 사기란 무엇일까. 전쟁에서 사기는 더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이성적이고 정교한 사고를 중시했던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전략가 손자도 막상 실전에서는 병사들이 폭포수가 쏟아지듯이 돌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기의 중요성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손자도 사기가 무엇인지, 사기 증진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말하지 않았다. ‘폭포수가 쏟아지듯이’라고 사기의 결과만을 이야기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조지 패튼 장군은 자신의 눈앞에서 적의 총탄이 퍽퍽 박히고 있는데도 돌격 명령이 떨어졌을 때 병사들이 참호를 박차고 나가게 하는 것이 사기라고 말했다. 사기의 실체가 아니라 성능을 말한 것이다. 그러나 어쩌면 이 정의만으로 해답은 충분할지도 모르겠다. 손자와 패튼의 정의에 따르면 개혁이 사기를 떨어뜨린 게 아니라 애초에 조직에 사기가 부족했기 때문에 무력감에 지배당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도 요즘 전반적으로 이런 무력감에 젖어 드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애초에 우리 국민에게 사기가 부족했던 것일까? 국민의 사기가 갈 곳을 잃은 것일까?역사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