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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없는 9•9절, 김정은 美 자극 피했다

Posted September. 10, 2018 08:22   

Updated September. 10, 2018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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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 등을 통해 “종전선언 대화 테이블에 미국이 나설 경우 추가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역시 이에 맞춰 지난달 취소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재추진하고 있다. 꽉 막혔던 북-미 비핵화 협상이 이달 들어 다시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는 9일 “김정은이 5일 대북 특별사절단과의 면담에서 미국이 종전선언 논의에 나설 수 있는 몇 가지 비핵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다. 북-미가 다시 마주 앉고 나서야 논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이 단숨에 체결될 수 없는 만큼, 종전선언 논의를 위한 대화 테이블만 마련돼도 워싱턴이 바라는 핵 폐기 검증, 핵 리스트 작성 등을 검토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정은은 특사단을 만난 다음 날인 6일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친서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의 개인적인 서한이 내게 오고 있다. 이 편지는 어제 (남북한) 국경에서 건네졌고 긍정적인 서한일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네 번째 친서다.

 김정은이 비핵화 협상을 위한 진전된 움직임을 시사하면서 백악관의 기류도 달라지는 분위기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18일부터 평양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 전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성사된다면 김정은 또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폼페이오 회담→평양 남북 정상회담→유엔총회 기간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 등이 약 열흘 간격으로 급박하게 펼쳐지게 된다. 특히 미국은 대북 특사단의 방북을 계기로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에 동의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14일 전후 개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분위기를 의식한 듯 김정은은 9일 열린 정권 수립(9·9절) 70주년 기념식에서 ‘로키’ 행보를 이어갔다. 아예 연설을 하지 않았고, 열병식에서도 ‘화성-15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선보이지 않았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의 11월 중간선거 전에 종전선언의 밑그림이라도 그려야 한다는 절박감을 갖고 있는 김정은이 불필요하게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김정은이 우리 측 대북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신뢰는 여전하다”며 유화 제스처를 보인 것의 연장선상으로 보인다.


한상준 alwaysj@donga.com · 이정은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