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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北-美회담, 완전한 비핵화로 ‘68년 적대’ 끝내길

싱가포르 北-美회담, 완전한 비핵화로 ‘68년 적대’ 끝내길

Posted May. 12, 2018 07:49   

Updated May. 12, 201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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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달 뒤인 6월 12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만난다.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분수령이 될 역사적 회담이다. 싱가포르가 회담장소로 결정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과 판문점 같은 파격 보다는 정석(定石)을 택했음을 보여준다. 어제 청와대 설명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판문점을 추천했고, 북한은 평양 회담을 원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은 가장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

 미국이 한국정부에 6월 12일 싱가포르로 결정됐음을 알려준 것은 4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만났을 때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최소한 1주일 전에 장소와 시기가 합의됐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를 10일까지 미룬 것을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억류 미국인 3명이 안전하게 미국에 도착하는 순간 발표함으로써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의도였을 수 있다. 하지만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정말 긴 하루였다”고 토로할 만큼 9일 평양에서 김정은 및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밀도 있는 회담을 하기 전까지는 양측이 회담을 공식화하기 꺼릴 만큼 이견이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9일 김정은-폼페이오 면담에 이어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석방 3명을 환영하면서 기자들에게 ‘북한 비핵화’라는 표현 대신 “한반도 전체를 비핵화시키는 순간이 나의 가장 자랑스런 성취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2020년까지 북한 비핵화를 완료해야한다는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해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 기간 중 핵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등에 동의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한반도 전체 비핵화’가 더 나아가 핵우산 제공 범위에서 한반도를 제외하는 극단적 수준까지 확대될 우려는 만에 하나라도 없는지 한국 정부는 면밀히 체크해야할 것이다.

 북-미 회담은 성사 자체만으로도 역사적 이벤트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에서 나올 합의 내용이다. 북-미 회담 성공에 많은 정치적 자산을 베팅한 트럼프 대통령이 큰 그림에서의 협상타결을 위해 미국 입장에선 작은, 그러나 한국의 안보에는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목들을 주고받을 우려도 있다. 이런 가능성을 제로(0)로 만드는 게 22일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앞으로 한 달 간 우리 외교안보팀이 총력전을 기울여야 할 과제다. 밀도 높은 한미공조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와 한국의 장기적 안보가 조금의 어긋남 없이 함께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한미 양국이 완벽한 팀플레이를 이뤄낸다면 싱가포르 북-미회담은 20년이 넘게 한반도를 덮었던 북핵 먹구름을 걷어내고, 북한과 미국이 6·25 전쟁 이래 68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새 역사를 쓰는 역사적 만남이 될 것이다. 지구상 마지막 남은 냉전의 유물이 싱가포르에서 녹아버리기를 고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