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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주한미군 철수론’ 경고한 靑, 경고로 끝낼 일 아니다

문정인 ‘주한미군 철수론’ 경고한 靑, 경고로 끝낼 일 아니다

Posted May. 03, 2018 07:57   

Updated May. 03, 2018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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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은 어제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라며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서명되면 한반도에서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한데 대해 야권이 크게 반발하는 등 논란이 되자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와대는 “임종석 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게 해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덮고 넘어갈 사안이 아니다.

 문 특보가 한미동맹과 국가안보 사안에 우리 사회의 합의와 원칙에서 벗어나는 발언을 한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때마다 청와대는 “개인의견”이라며 선을 그었지만, 시간이 지나면 정부 정책이 문 특보 발언과 상당히 비슷한 방향으로 전개되곤 했다. 물론 주한미군 철수론은 국민 대다수의 비판을 받을 가능성이 큰 급진적 좌파그룹의 주장이라는 점에서 청와대는 앞으로도 선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을 문 특보가 이 시점에 그런 주장을 한 것은 비슷한 주장이 반복돼 나오다보면 ‘주한미군 철수 불가론’이 조금씩 흔들리고, 수년 후엔 미군 철수론이 정식 의제가 될 것이라는 계산에서 애드벌룬 띄우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생긴다.

 문 특보는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에 보수야당 세력이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문 대통령에게 중대한 정치적 딜레마가 될 것”이라고 했는데, 미군 철수는 야당이 반대하기 때문에 못하고, 여론조사에서 찬성이 많으면 할 수 있는 그런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도 어제 밝혔듯이 주한미군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는 역할 외에도 군사대국인 중국과 일본 등이 공존하는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추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정일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 미군 계속 주둔에 동의했으며, 김정은도 미군 철수를 요구하지 않고 있다.

 미국 내에서는 해외 대규모 지상군 주둔에 대한 회의론이 수년전부터 제기돼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적 손익의 관점에서 주한미군을 무역협상 카드로 여기는 발상을 드러냈다. 북-미 정상회담 등 한반도의 명운을 좌우할 협상과 담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 특보가 미군 철수론을 꺼내는 것은 국익은 아랑곳 않는 자해(自害)행위다.

 문 특보는 지난해 6월 “사드가 해결되지 않아 깨진다면 그게 무슨 동맹이냐”는 발언으로 청와대의 경고를 받았지만 ‘튀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그걸 교수의 사견으로 받아들일 사람은 많지 않다. 포린어페어스는 기고자를 ‘대통령 외교안보 특보 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로 소개했다. 청와대는 어제 “(문 특보의) 해촉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주한미군 주둔 필요성에 확고한 철학과 의지를 갖고 있다면, 경고에서 그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