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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애환

Posted December. 18, 2015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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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은 천 번의 키스보다 더 감미롭고 머스캣 와인보다 더 달콤해요. 커피를 많이 마시지 말라는 아빠의 꾸중에 딸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화가 난 아빠가 그러면 시집보내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그제야 당장 끊을 테니 시집 보내달라고 애원한다. 하지만 아빠가 신랑감을 찾으러 나간 사이 깜찍한 딸은 자신에게 청혼하려면 커피 마실 자유를 줘야 한다는 방을 붙인다. 요한 세바스티안 바흐가 1732년 작곡한 커피 칸타타는 커피 좋아하는 아가씨의 이야기를 경쾌한 곡조에 담았다.

지금은 홍차의 나라라는 이미지가 더 강하지만 17세기 영국에선 커피하우스가 우후죽순처럼 생겼다. 남자들은 저녁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커피하우스에서 커피로 해장하는 것이 다반사였다. 남성 중심의 커피 하우스 문화에서 소외된 여성들은 1674년 술이 아니라 커피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발표했다. 엉뚱하게 커피가 남자들을 성적으로 무기력하게 만든다는 주장에 남자들은 오히려 힘이 넘친다고 반박했다. 당시에는 뜨거운 논쟁이었으나 커피와 남성의 성적 능력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서구식 식생활이 보편화해 아침밥 대신 시리얼이나 커피로 때우는 젊은이들이 많다.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붙인 시리얼 회사의 창립자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지만 미국의 찰스 윌리엄 포스트는 원래 커피를 몸에 해로운 마약이라고 주장하는 자극적인 광고를 내고 커피 대용 음료인 포스텀을 팔았다. 하지만 포스트는 남한테는 마시지 말라면서도 커피를 공공연히 마셨다.

커피를 즐기는 국민이 늘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커피의 1회 제공 기준량을 100에서 200로 늘려 고시했다. 자판기 종이컵의 용량이 110이니 그 두 배 가까이 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런 것까지 정해줘야 하나 싶다. 거리마다 다양한 커피 전문점이 생기고 커피의 종류도 다 외기 어려울 만큼 많다. 2인조 인디밴드 10cm의 노래처럼 아메리카노를 찾으면 된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