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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건강해야 환자도 건강해진다

Posted November. 28, 20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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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다나의원에서 66명이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된 원인은 반복적으로 사용된 주사기로 밝혀졌다. 다나의원은 왜 개당 100원밖에 안 하는 주사기를 재사용했을까. 원장은 2012년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뇌내출혈과 수전증을 동반하는 장애등급(뇌병변장애 3급) 판정을 받았다. 원장과 원장 부인까지 C형간염에 감염된 걸 보면 새 주사기의 포장지를 뜯는 일이 번거로워서 그랬을 것이라는 추측도 타당하지 않다. 한마디로 주사기 감염에 대한 기본 인식이 안 돼 있었던 것 같다.

혼자 거동하기도 힘든 의사가 환자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허술한 의사 면허관리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의사 면허증은 종신 자격증이다. 의사가 치매에 걸려 치매 약을 먹는다고 해도 가려낼 방법도, 제재할 수단도 마땅치 않다. 3년간 24시간 보수교육(연수교육)만 받으면 그만이니 운전면허증 갱신만도 못한 셈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작년 말 연수교육평가단을 구성해 질 관리를 강화했다는데도 다나의원에선 원장 부인이 대신 보수교육을 받았다니 황당할 따름이다.

선진국에서는 의사 면허 재등록이 필수다. 미국은 주별로 14년마다 의사들의 정신과 신체 건강을 조사해 면허를 갱신하고, 보수교육도 연간 50시간까지 받게 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만큼 전문의는 10년마다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영국은 5년마다,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도 13년마다 면허를 갱신하게 돼 있다. 의사면허 재등록 시스템이 없는 나라는 한중일 3개국 정도다.

의사면허 갱신제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들끓자 어제 대한의사협회의 한 이사는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한민국 의료환경에서 의사가 정당한 국가적인 보호를 받고 있느냐며 면허 갱신제에 앞서 의료인에 대한 경제적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사 면허증이 환자의 생명과 건강보다 중요하다는 소리처럼 들린다. 의사면허 갱신제가 시행되면 문제 있는 의사가 걸러져 다수의 건강한 의사가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의사가 건강해야 환자도 건강할 수 있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