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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급 남북회담으로 어느 세월에 통일대박?

차관급 남북회담으로 어느 세월에 통일대박?

Posted November. 28, 2015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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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이 다음달 11일 개성공단지구에서 차관급 회담을 열어 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 문제를 논의하기로 그제 실무접촉에서 합의했다. 당국회담을 평양 또는 서울에서 빠른 시일 안에 개최키로 한 825 합의의 후속조치를 3개월여 만에 실행하는 것이지만 회담 대표의 격도 낮고, 장소도 당초 합의와 달라 실망스럽다. 당국간 회담을 정례화 할 수 있는 물꼬를 튼 데 그치지 않고 남북관계를 진전시키려면 북이 보다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당국간 회담이 장관급이 아닌 차관급이 된 것은 수석대표의 격을 둘러싼 논쟁을 피하려는 의도일 것이다. 과거 남북대화에서 북은 우리보다 급이 낮은 인물을 동급이라고 우기며 대표로 내세웠고 우리는 판을 깨지 않으려고 그런 억지를 수용했다. 회담의 형식은 내용을 지배한다. 권한과 책임이 작은 북 대표와의 회담에선 높은 수준의 합의가 이뤄지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실무접촉에서 우리는 이산가족 문제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북은 금강산관광 재개를 각각 당국회담의 중점 의제로 제안했다. 현금을 챙길 수 있는 사안부터 논의하자는 북의 속셈이 뻔하다. 북이 도발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일방적 퍼주기는 있을 수 없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대북정책이 과연 북을 변화시켰는지 돌아보라.

남북이 교전 직전까지 치달았던 지뢰도발 사건을 825 합의로 해결한 것은 김관진 대통령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장관, 북의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전부장이 2+2 회담에서 머리를 맞댄 결과다. 북은 총 한 방 안 쏘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킨 것을 825 대첩이라 부르며 황병서, 김양건에게 공화국 영웅 칭호를 부여했다. 북이 얻은 것이 많지만 우리는 지난달 이산가족 상봉 실현 외엔 얻은 것이 없다.

차근차근 회담의 격을 높여가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지만 내년 2월 한미 연합군사연습이 시작되면 북이 또 도발 위협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염두에 둬야 한다. 화해와 협력을 통해 평화적 통일로 나아가려면 장관급 이상의 고위당국자들이 마주 앉는 것이 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