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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고속철' 경쟁서 허찔린 일, 중에 악담세례

'인도네시아 고속철' 경쟁서 허찔린 일, 중에 악담세례

Posted October. 01, 201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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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상식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지만 중국처럼 이런 제안을 하는 나라도 있다. 현실적으로 잘 되어갈지 어떨지 매우 험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인도네시아 고속철도 수주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9월 29일 오후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중국에 저주에 가까운 악담을 퍼부었다. 공식 기자회견 자리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인도네시아 고속철 구간은 자바 섬의 자카르타와 반둥을 연결하는 150km로 일본이 2011년 일찌감치 사업조사에 나서는 등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 올해 3월 뒤늦게 수주 경쟁에 뛰어들면서 중일 맞대결이 펼쳐졌다.

경쟁이 치열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달 초 정부가 예산을 부담하거나 채무보증을 할 수 없다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일본은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을 우려한 반면 중국은 이를 선뜻 받아들이면서 사상 첫 고속철도 수출에 성공했다. 중국이 제시한 건설단가도 일본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속철 경쟁에서 중국에 패한 일본의 충격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가 장관은 29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특사 자격으로 방일한 소피안 잘릴 국가개발계획장관 면전에서 이해하기 어렵고 매우 유감스럽다며 대놓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일본의 과민 반응은 아시아에서 일본이 독점하다시피 하던 고속철 등 고부가가치 인프라 시장에 구멍이 뚫렸다는 위기감과 관련이 있다. 교도통신은 일본이 세계 각지의 인프라 개발 사업을 놓고 경쟁하는 중국에 핵심 사업을 빼앗긴 형태라며 인프라 수출을 성장전략의 기둥으로 삼는 아베 신조() 정권에 타격이 됐다고 전했다. 아베 정권은 철도와 에너지 등 인프라 시스템 수주 실적을 2013년 6조 엔(약 59조2200억 원)에서 2020년까지 30조 엔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중국의 이번 승리로 인프라 시장의 룰이 바뀌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공적개발원조(ODA)를 무기로 추진해 온 일본의 인프라 수출 전략을 수정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상대국에 차관을 제공해 인프라를 수출하고 문제가 생기면 상대국 정부가 보증하도록 하는 일본의 수출 전략이 벽에 부닥쳤다는 의미다.

마이니치신문은 일대일로(21세기 실크로드) 경제권 실현을 추구하는 중국은 동남아시아와 유럽에 인프라를 수출하려 하고 있다며 이번 수주를 지렛대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자금을 사용해 인프라 수출을 확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