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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의 전쟁 공포와 핵 공갈

Posted August. 29, 201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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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를 열어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대해 무력충돌로 치닫던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함으로써 민족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구름을 밀어내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고 말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철거하라고 48시간 최후통첩을 하고 준전시 상태까지 선포하는 호기를 부렸지만 실은 내심 전쟁을 두려워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김정은이 운명적인 시각에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로 가꾸어가야 한다고 한 것은 우리에게 확성기 방송 중단을 잘 지키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들린다. 그는 벼랑 끝까지 닿은 교전 직전에서 다시 되찾은 평온은 결코 회담 탁 위에서 얻은 것이 아니라 우리 당이 키워온 자위적 핵억제력을 중추로 하는 무진막강한 군력과 당의 두리에 일심단결된 무적의 천만대오가 있기에 이룩될 수 있다고도 했다. 결국 핵을 포기하는 대화는 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북이 남북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의사를 연일 밝혀도 정말 그럴 지는 실제 행동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 당장 다음달 7일 열자고 우리가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이 북의 진정성을 판단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북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행사 때 미사일 발사, 핵실험 등 도발을 한다면 남북관계는 다시 얼어붙을 수밖에 없다.

이번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확대회의는 준전시상태를 선포할 때 비상 소집됐던 회의체다. 여기서 김정은이 일부 위원들을 해임 및 임명한 것이 지뢰도발 책임자 문책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과거 국방위원회를 내세워 통치했던 김정일과는 달리 김정은은 당 우위의 체제로 전환하고 있음이 거듭 확인됐다. 북 나름으론 내부 통치 시스템을 정상화하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군의 영향력이 감소했다고 예단해선 안 된다.

한미는 어제 역대 최대 규모의 통합 화력 훈련을 실시했다. 정부는 내년 예산에 국방과 남북교류 관련 예산을 모두 크게 늘릴 방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실적을 내려고 조바심을 내기 전에 김정은의 행동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긴 호흡으로 가야 북을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