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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포퓰리즘에 현혹됐던 그리스의 비극

복지 포퓰리즘에 현혹됐던 그리스의 비극

Posted July. 02, 20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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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가 지난달 30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에 상환하겠다고 약속한 채무 16억 유로(약 2조원)를 끝내 갚지 못했다. IMF는 채무를 체납했다고 밝혔지만 기술적인 표현일 뿐 그리스는 늦게라도 빚을 갚을 현금이 바닥났기 때문에 사실상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다. 1944년 IMF 출범 이후 선진경제국이 채무 상환에 실패해 국가부도에 이른 것은 71년 만에 처음이다. 5일 국민투표에서 국제 채권단의 구제금융안이 어떻게 처리되느냐에 따라 디폴트가 이대로 현실화할 지, 혹은 추가 협상으로 갈지, 갈릴 전망이다.

1999년 유로 존에 편입한 그리스는 독자적인 통화정책을 쓸 수 없게 돼 무역수지가 악화할 때 자국의 통화 가치를 낮춤으로써 수출경쟁력을 높여 위기를 극복할 수 없었다. EU와 IMF가 2010년부터 구제금융을 제공하며 요구한 엄격한 긴축정책이 결과적으로 경제를 죽인 측면도 있다. 국내총생산(GDP)이 4분의 1이나 줄고, 연금은 45%나 삭감됐으며, 청년실업률이 50%가 넘는 현실에서 그리스로서는 채권국의 요구를 감내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게다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때 세계 경제가 닷컴 특수에 힘입어 곧 회복됐던 것과는 달리 대외경제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리스 내부로 눈을 돌리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국가 재정은 고려치 않고 표만을 의식했던 정치인들의 포퓰리즘과 공무원 등 공공분야의 무능과 비효율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여기에 고질적인 부패, 미래가 어떻게 되든 현실의 안락만을 추구한 국민의 해이가 맞물려 비극이 벌어졌다. 변변한 제조업 기반도 없이 재정을 풀어 빚잔치를 벌이다가 파탄이 났으니 남탓만 할 수도 없다. 임금이 민간보다 평균 1.6배 많고, 연금의 소득대체율은 95%에 이른다. 평생 철 밥통으로 지내는 공무원의 숫자와 혜택을 줄이는 개혁만 했어도 오늘같은 굴욕은 없었을 것이다.

그리스 사태의 파장이 한국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정부는 판단하고 있다. 그렇더라도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여야는 당장의 재정은 물론 미래세대에게까지 부담을 주는 무상 급식과 무상 보육, 반값 등록금, 공무원연금 등의 포퓰리즘 경쟁을 벌이고 있다. 1981년 국내총생산(GDP)의 28%였던 그리스의 나라 빚이 작년 177%가 됐다. 한 세대가 흥청망청하면 다음 세대는 쪽박을 찬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도 공짜만 좋아하고 개혁을 미루다간 언제 그렇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한국은 외환위기 때 IMF의 구제금융을 받으며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우리 모두 그 기억을 너무 쉽게 잊었다. 개인이든, 나라든 소득을 늘리지 않고 빚에 의존하다 보면 미래는 부도가 나게 돼있다. 그리스를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