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안철수 대선출마 하든 말든

Posted June. 04, 2015 07:29   

中文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그제 한 라디오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차기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출마 여부를 묻는 청취자와 사회자의 세 번에 걸친 질문에 처음과 두 번째엔 아리송한 답변으로 피해가다 세 번째엔 그럼요라고 분명하게 답했다. 대선이 2년 반도 더 남은 시점에 안 의원의 입에서 출마 얘기가 나오니 해석이 분분하다. 국민은 무덤덤한데 안철수 테마주들은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안 의원의 발언이 화제가 되자 안 의원 측은 침소봉대하는 측면이 있다. 크게 의미를 둘 얘기는 아니다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의도성 발언이 아니라 질문이 집요해 어쩔 수 없이 진심을 말한 것뿐이라는 투다. 옹색하다. 오해를 낳지 않으려면 차라리 끝까지 확답을 피하는 게 현명했다. 안 의원은 전날 정대철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을 만나 제대로 다음 대선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메르스에 묻혀 주목하는 사람이 별로 없었지만.

안 의원에게 따라붙는 대표적인 수식어는 우유부단()이다. 2012년에는 대선에 임박해서까지 출마 여부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내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식으로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였다.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에게 우유부단하다는 평가는 치명적이다. 안 의원 본인은 우유부단을 인정하지 않지만 세인()이 그렇게 본다는데 어쩔 건가. 라디오에서 그렇다고 내지른 안 의원의 도발적 답변도 혹시 이미지 쇄신을 위한 고도의 계산이 아니었을까.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의 1박 2일(2, 3일) 의원 워크숍에 불참했다. 이유가 무엇이든, 당 대표까지 지낸 사람이 위기 탈출의 활로를 모색하려는 당의 공식 행사에 동참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그 와중에 대선 출마까지 공식화했다. 막강한 대선 라이벌인 문재인 대표와 따로 가겠다는 의사 표시인가. 안 의원이 정녕 새정치연합의 간판으로 대선에 나설 의향이라면 먼저 당을 살리는 데 힘을 보태는 게 순리일 것이다. 딴살림을 차릴 요량이 아니라면.

이 진 녕 논설위원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