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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선호 주춤, 공대 인기 부활?

Posted March. 18, 2015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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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사윗감이었던 의사의 인기가 요즘 다소 떨어졌다고 한다. 의사들은 돈은 잘 벌지만 성격이 나빠서 남편감, 사윗감으로 부적격이라는 세평()도 있다. 치열한 입시 경쟁을 뚫고 의대를 진학한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한눈 한번 안 팔고 공부만 한 사람이 많아 세상에 대한 이해와 타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의대 교수들이 하는 얘기지만 다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의대의 인기가 높지만 한국은 유별나게 심하다. 1980, 90년대만 해도 이공계 전국 수석은 물리학과를 지망했다. 과학자에 대한 선망이 높았고 이공계는 산업 발전을 이끈다는 자부심이 강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안정된 직업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이과 우등=의대 진학의 공식이 굳어졌다. 이과생들은 변변한 병원도 없는 지방 의대까지 지원해보고 안 되면 서울대 공대나 KAIST를 갈 정도였다.

서울대 공대가 올해 신입생들을 조사해보니 800명 가운데 최소 115명(14%)은 다른 대학 의대 치대 한의대에 합격하고도 공대를 택했다. 설문조사에는 800명 중 675명이 참여했으니 실제로는 이런 학생이 더 많을 것이다. 의대 인기가 주춤하고 공대가 부활하는 것이라면 바람직한 현상이다. 동네 병의원의 수입이 예전만 못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동네 병의원은 치열한 경쟁과 낮은 의료수가, 고가의 의료장비와 임대료를 견디지 못해 1년에 2000개 이상 문을 닫는다. 서울고등법원 개인회생 신청자의 40%가 의사일 정도로 신용불량자도 많다.

그러나 의대 쏠림 현상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고령화시대에는 의사와 기초의학 연구자가 많이 필요하다.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를 많이 가니 해외에 의료시스템을 수출할 수 있고, 메디포스트 같은 의료계 창업도 나온다. 그러나 공학이 열어갈 신세계()는 더 넓다. 공학이건 의학이건 자신의 적성에 맞는 직업을 찾아가는 것이 정답이다. 세상의 흐름이 어떻게 바뀌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 삶의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