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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비서실의 정상화를 기대한다

Posted February. 28, 2015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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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어제 비서실장에 이병기 국가정보원장을 내정했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국제관계와 남북관계에 밝고 정무적 능력과 리더십을 갖춰 대통령비서실 조직을 잘 통솔하고 국민과 청와대 사이에 소통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인선배경을 설명했다. 국무총리나 장관과 달리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가장 긴밀하게 호흡을 맞춰가며 대화할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이 내정자는 박 대통령에게 오랫동안 정무적 조언을 해온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인사인 만큼, 집권 3년차 청와대를 중심으로 한 강한 업무 장악력과 추진력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현직 국정원장을 임명 8개월 만에 비서실장으로 전격 발탁한 것은 정치적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당장 야권에서 정보 정치와 공안 정치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걱정스럽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 내정자는 댓글 사건으로 어느 때보다 정보기관의 정치적 중립 요구가 높았던 작년 6월 국정원 수장으로 임명됐다. 김기춘 실장 후임 인선이 막판 검증으로 벽에 몰린데다 3월 1일 중동순방을 앞두고 청와대를 비워둘 수 없기 때문이겠지만 박근혜 정부의 인사 풀이 협소하다는 사실이 또 한번 확인된 셈이다.

박 대통령은 정무특보단으로 친박계 윤상현 김재원 의원을 포함해 주호영 의원까지 3명의 현역의원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0일 회동에서 당 지도부와 직접 자주 소통하면 되지 정무특보를 두면 되레 혼선이 있을 수 있다며 재고를 요청했음에도 인선을 강행한 것이다. 정치권과의 소통을 위한 특보단 신설이 되레 소통장애가 될까 걱정이다. 현역의원이 대통령의 특별보좌관을 맡는 것도 권력 분립의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

국민 여론은 줄곧 대통령의 폐쇄적인 국정운영 스타일의 변화를 요구했다. 김 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인적쇄신 요구가 빗발쳤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내정자는 2012년 대선 당시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두개의 판결이 있다며 국민정서와 어긋난 발언을 했을 때 아버지를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할 만큼 직언도 하는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윗분의 뜻을 강조했던 김 실장과는 다른 측면에서 이 내정자는 사심 없이 직언을 하는 비서실장의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박 대통령은 내각을 친박 의원 중심으로 채운 데 이어 친박 측근의 비서실장과 친박 위주 정무특보단 신설로 집권 3년차의 전열 재정비를 마쳤다. 박 대통령은 며칠 전 당정청()이 국정의 공동책임자라고 강조했듯이 이 총리를 중심으로 내각에 힘을 실어주고 여야 정치권과도 자주 만나 민심의 소재를 공유하는 노력을 기울이기 바란다. 신임 이 비서실장도 오직 비서 직분에 충실함으로써 비정상으로 운영된 비서실의 정상화를 이끌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