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유기되는 반려동물

Posted January. 16, 2015 07:12   

中文

앗! 또 낚이고 말았다. 출근길에 이러면 안 되는데. 살살 눈웃음 지으며 앙증맞은 엉덩이를 실룩샐룩 꼬리까지 치니 안 넘어가면 목석이다. 다가가면 살짝 피하고 잡으려 하면 또 저만치 가면서 튕긴다고 내가 혹시 삐지지 않을까 눈치 보는 뽀롱이는 나 잡아 봐라의 고수다. 달콤한, 그리고 힘깨나 써야 하는 밀당이 시작된다. 장난감을 물고 와 줄다리기 하잔다. 유기견이 될 뻔했다가 우리 집에 입양된 지 2년 된, 꽤 기품 있는 파피용 강아지 얘기다.

병아리, 햄스터, 거북이, 앵무새, 열대어. 아이들이 데려왔던 애완동물이 꽤 된다. 어쩌다 보니 하얀 생쥐 같은 햄스터를 목욕시키는 게 내 일이 됐다.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해 아기 다루듯 씻기고 드라이어로 털을 말리면서 아이고, 내 팔자야 했다. 강아지는 정서적인 교감이 가능해 차원이 다르다. 외출해도 혼자 집 지키는 게 걱정돼 발걸음이 빨라진다. 식사 때 자기도 나눠달라고 보채는 걸 보면 식구()가 맞다. 그런데, 얘, 나를 자기와 비슷한 서열로 안다. 넘버 포나 파이브쯤.

보 오바마(2008년 10월 9일생), 서니 오바마(2012년 6월 11일생). 가족=버락, 미셸, 말리아, 사샤. 취미=잔디밭에서 뛰놀기. 좋아하는 음식=토마토. 미국 백악관 홈페이지엔 퍼스트 도그 두 마리의 정보가 상세하다. 공식 사진까지 있으니 웬만한 족보 있는 개들도 깨갱 하면서 꼬리를 내려야 할 판이다. 대통령의 애완견이 국민의 관심사가 될 만큼 애완동물에 대한 서구인들의 관심은 각별하다. 동물도 국적에 따라 팔자가 달라진다.

서울시가 반려동물을 되찾는 주인에게 구조비 5만 원을 물리기로 했다. 연간 1만 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 문제 때문이란다. 애완동물이 아프거나 나이가 들면 천덕꾸러기가 되기 쉽다. 건강보험이 되지 않아 병원비가 꽤 큰 부담이다. 변심한 주인들이 개나 고양이를 갖다 버리기 전에 함께 나눈 위안의 시간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반려()란 짝이다. 평생 동고동락하는 게 짝 아닌가.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