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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전 대통령 채색수묵화 첫 발견

Posted December. 11, 2014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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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승만 전 대통령이 그린 채색수묵화(사진)가 처음 발견됐다. 서예와 그림에 능했던 이 전 대통령의 글씨는 여러 점 남아 있지만 그림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번에 발견된 작품은 구한말 지식인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황필홍 단국대 교수(개화공정미술 대표)는 중추원 의관을 지낸 지재() 이규익 선생의 환갑잔치 때 61명의 유명 인사가 선물로 만든 서화첩에서 이 전 대통령의 채색수묵화와 글씨를 발견했다고 10일 밝혔다. 황 교수가 입수한 이 서화첩은 헌수첩()이라는 제목의 두 권짜리 책으로 이 전 대통령이 36세 때인 1911년 만들어졌다. 헌수첩에는 해사 김성근과 동농 김가진, 우하 민형식, 경석 이우면 등 당대 명필로 이름을 날린 구한말 고위관료도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이 전 대통령의 작품은 기암괴석을 중심으로 노란색과 분홍색 국화가 수북이 피어 있어 전체적으로 격조가 있으면서도 산뜻한 느낌을 준다.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박사학위를 마친 직후 청운의 꿈을 안고 귀국한 청년 이승만의 마음가짐을 보여주는 듯하다. 그는 이 그림을 그릴 당시 계몽운동을 펼치다 105인 사건에 연루돼 1년 뒤 미국으로 망명길에 올랐다.

그림 옆에는 이 전 대통령이 한자로 지재 대인의 환갑연을 축하드립니다. 부귀하고 장수하십시오. 우남 이승만. 신해년(1911년) 국추(9월)라고 썼다. 또 화첩 좌측 상단에는 다른 사람이 박사. 자는 치성. 호는 우남. 전주 사람. 양녕대군 16대손. 미국 화성돈(워싱턴) 대학 졸업생이라는 작품 설명을 달아 이 전 대통령이 그린 그림임을 밝히고 있다.

서예와 고미술 전문가인 이동국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부장은 작품에 쓰인 글씨는 이 전 대통령의 필적이 맞다며 담담한 기품이 엿보이는 수작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통령은 소년 시절 나비 그림을 특히 잘 그려 이 나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의 며느리인 조혜자 여사는 오래전에 남편이 그 서화첩에 실린 시아버지 그림을 우연히 본 적이 있다고 했다며 다시 한 번 그 그림을 보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