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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이 노리는 '대북전단 남남갈등' 에 휘말려선 안 된다

북이 노리는 '대북전단 남남갈등' 에 휘말려선 안 된다

Posted October. 13, 2014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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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10일 탈북자 단체가 날린 대북 전단 풍선을 겨냥해 총탄을 쏜 데 이어 남북 대화까지 위협하고 나섰다. 조선중앙통신은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의 배후 조종과 묵인 하에 의도적으로 강행된 정치적 도발이라고 비난하며 예정된 제2차 고위급 접촉도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고 보도했다. 경기 연천 지역에 총탄이 떨어진 도발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이번 사태의 책임을 떠넘기는 적반하장()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북의 노림수는 뻔하다. 그동안 상호 비방 중지를 명분으로 끈질기게 요구해온 대북 전단 살포를 남측에 겁을 줘서 중단시키겠다는 속셈이다. 전단 살포를 반대하는 여론이 우리 내부에서 높아질 것을 기대하고 치밀하게 계산된 총격 도발을 하고, 관영 매체를 동원해 남남 갈등을 유발하는 압박에 나선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런 점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어쨌든 우리가 북을 자극하는 일은 가능한 한 안 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은 신중치 못했다. 전단 살포를 막지 못 하는 우리 정부를 비판하는 야당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이 전단 살포를 문제 삼는 것은 북의 장단에 놀아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의 요구대로 대북 전단을 금지시킨다면 앞으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나 한미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해도 다 들어주어야 한단 말인가.

대북 전단은 밀폐된 북한에 자유가 무엇인지를 일깨워주는 외부정보 유입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 북한인권운동가인 수잔 숄티 미국 디펜스 포럼 재단 회장은 북한 내부로의 정보 유입은 국제법 위반도 아니고 북한 인권보호와 개선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북이 전단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은 감춰진 진실이 북 내부에 확산돼 체제에 균열이 생길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이 밝혔듯이 북의 도발에 겁을 먹고 대북전단을 강제로 중단시키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와 통일의 가치에 역행한다. 다만 북에 빌미를 주지 않도록 예고 없이 심야에 풍선을 날리는 전략적 방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북이 인천에 실세들을 파견한 지 일주일도 안 돼 서해와 육상에서 잇단 도발을 한 것은 유감스럽지만 그렇다고 모처럼 조성된 대화 국면이 깨져서도 안 된다. 정부는 확고한 대북 억지력의 토대 위에서 남북 고위급접촉이 예정대로 열릴 수 있도록 상황을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