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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주의 강경파에 휘둘리는 나라

Posted September. 24, 2014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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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중진의원 모임에서 요즘 초재선 중에 너무 막 나가는 의원들이 많다.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언론인터뷰에서 좌우 양극단에 있는 10명 정도가 당을 망치고 죽인다는 말도 했다. 세월호 특별법 정국에서 대통령을 향해 막말을 하거나 여야 협상에서 두 차례 합의를 이뤘던 박영선 원내대표의 탈당까지 요구하며 당 지도부의 권위조차 인정하지 않는 일부 극단적 강경파 의원들을 겨냥한 경고일 것이다.

문 위원장은 그러면서도 세월호법과 관련해 한 일이라는 게 광화문에서 단식농성을 한 뒤 야당 위의 당수 소리를 듣는 유가족 김영오 씨에게 전화를 걸어 잘 부탁드린다고 했다. 극단적 강경파와 결별하겠다면서도 당 밖의 극단주의자에게 매달리는 행태는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토론회도 공무원노동조합의 막말을 동원한 조직적 방해에 시작도 못하고 끝났다. 정부와 여당이 쌀 관세율을 확정하기 위해 국회에서 연 회의도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람들이 난입해 계란과 고축가루를 뿌리며 난장판을 만들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잘못 불려온 개정 국회법이야말로 소수 강경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법안 하나 때문에 다른 모든 법안처리를 올스톱시킬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극단주의 강경파가 합리적 토론과 제도화된 민주적 의사결정절차를 무력화시키는 나라는 정상적인 민주국가 법치국가라 할 수 없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시비와 명분을 중시하는 조선조 성리학의 DNA가 배어있는 한국의 국회는 자기 주장만 내세우며 설득없는 싸움을 한다고 비판한다. 그레고리 헨더슨은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라는 책에서 한국정치는 당파성과 개인중심의 기회주의를 보이면서 합리적 타협이나 응집을 배양할 수 있는 토양이 황폐화됐다고 분석한 바 있다. 오랫동안 민주 대 반민주, 좌와 우로 진영을 갈라 자신의 이익을 포장하는 데 익숙해진 정치화한 기득권 세력이 세상을 선과 악으로 나누고 타협을 배신과 무기력으로 매도한 탓이다.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집단사고의 위험성을 집단 극단화(group polarization)라고 한다. 침묵하는 국민은 안중에 없는 공무원노조, 세월호법을 볼모로 국정을 마비시키는 극단적 장외투쟁 세력과 새정연 강경파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소수 극단주의 세력이 다수파 행세를 하며 나라를 소용돌이로 끌고 가는 전도된 풍토를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하는가. 분리독립 여부를 민주적 투표를 통해 깔끔하게 해결한 스코틀랜드 방식은 우리에겐 먼 나라의 이야기일 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