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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리틀야구, 29년만에 세계 제패미국 8-4 완파

한국 리틀야구, 29년만에 세계 제패미국 8-4 완파

Posted August. 26, 2014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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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 만의 우승컵을 한국에 안긴 야구 소년 13명이 가장 먹고 싶었던 것은 라면이었다. 제68회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세계선수권대회)에 통역으로 참여한 이알참 서울대 베이스볼아카데미 사무국장(사진)의 전언이다. 이 국장은 경기가 끝나고 고생했다고 격려하면서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모두가 입을 모아 라면을 외쳤다. 컵라면이라도 사다 줘야겠다고 말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이 국장이 전한 리틀리그 우승기를 소개한다.

경기 때마다 어른들은 모두 긴장했는데 아이들은 역시 천진난만하더라고요. 24일 벌어진 일본과의 국제그룹 결승전을 앞두고 아이들과 초콜릿, 과자를 걸고 게임을 했는데 아주 신나게 웃고 떠들면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축제를 아주 제대로 즐기는 녀석들이었습니다. 그 덕에 미국 중계진이 한일 라이벌 구도에 대해 질문했지만 이건 아이들의 야구 경기이고, 우리 아이들은 그런 것 신경 쓰지 않는다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과의 경기 전 저하고 코칭스태프는 아침도 거른 채 긴장했는데 아이들은 컨디션이 참 좋아 보여 승리를 예상했습니다. 2회에 대량 득점하면서 쉽게 이긴 것 같지만 벤치에서는 혹시나 변수가 있을까 노심초사했습니다. 경기 전에는 그렇게 순수한 아이들도 필드 안에서는 달라졌습니다. 모두가 자기 몫 이상을 해주었는데, 정말 아이들이 어른들의 꿈을 대신 이뤄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죽지 않는 당돌함도 우리 아이들의 힘이었습니다. 25일 결승전에서 미국 대표 재키 로빈슨 웨스트 리틀리그(시카고) 팀을 꺾고 우승한 뒤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에 가고 싶다. 청와대에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말입니다.

사실 저는 처음에는 아이들의 잔치이니 이기든 지든 후회 없이 아이들과 열심히 놀다 오려고 했습니다. 우승보다 아이들에게 평생 남을 추억을 가지게 해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막상 경기를 시작하니 솔직히 욕심이 났습니다. 떨리기도 무척 떨렸고요. 그 상황에서 신경이 예민해져 있는 코칭스태프 지원하랴, 선수들 격려해 주랴, 심판이나 진행요원들과 통역하랴 완전히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승리하니 이 모든 게 다 말끔히 씻어지더군요. 결국엔 스포츠니까요.

대회가 모두 끝나고 난 지금 벅찬 감동과 뜨거움이 북받쳐 오릅니다. 한일전 승리, 세계 제패, 애국심 이런 것보다 어려서부터 어렴풋이나마 알던 야구라는 스포츠의 진수를 느낍니다. 아이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정말 잘해줬습니다. 각자 역할에 맞게 서로 격려하고, 파이팅을 외치며 승리를 위해 노력한 게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오게 됐습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서 멋진 사람들과 야구를 했고, 만남을 통해 교류했으니 만약 천국이 있다면 이런 게 아닌가 싶습니다.

결승전 시작 전 애국가가 흘러나올 때 어딘가에서 청년들 몇몇이 수줍게 태극기를 꺼내 응원하던 장면과 일본 아이들이 전날 바꿔 입은 태극기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관중석에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하던 장면에서는 왈칵 눈물이 나더군요. 이게 야구의 진정한 의미가 아닌가 싶습니다. 최선을 다해 경기하고 끝나면 친구가 되는 그런 어떤 것 말입니다. 이번 우승이 한국 유소년 야구 발전의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황규인 기자 ki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