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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이 코앞에 다가와도 모르는 군을 믿어야 하나

적이 코앞에 다가와도 모르는 군을 믿어야 하나

Posted July. 09, 2014 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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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의 기강이 나사가 풀렸다. 병사 5명이 무고하게 숨진 총기 난사 사건 발생 이틀 전 군사분계선(MDL)을 넘은 북한군이 우리 군 최전방초소(GP)에 접근해 귀순 유도 벨을 뜯어가는 사건이 서부전선에서 발생했다. 유도 벨은 북한 귀순자가 우리 군에 연락할 수 있도록 GP 앞 철책선에 설치돼 있다. 남북이 대치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대낮에 군이 농락당했지만 국방부는 보름이 넘도록 사건을 숨겼다. 국군의 코털을 베어간 북한군은 특수부대원으로 알려졌다. 군에선 작전 실패는 용서할 수 있어도 경계 실패는 용서할 수 없다는 말을 철칙으로 여긴다. 경계 실패를 감추기까지 했으니 군의 기본이 송두리 채 무너졌다.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동부전선 전방소초(GOP)에서는 소초장 강 모 중위가 사건 직후 인접 GOP로 달아났다. 사건 수습과 범인 체포를 주도해야 할 현장 지휘관이 부하를 팽개쳐놓고 도망치기에 바빴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총기와 탄약고 관리책임자인 소초장이 도망치는 바람에 병사들은 우왕좌왕하다 자물쇠를 부수고 겨우 무장을 했다. 만약에 북한의 공비가 내려왔더라면 어땠을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3일 북한 주민의 백령도 귀순도 전형적인 경계 실패에 해당된다. 목선을 타고 백령도에 도착한 북한 주민은 해병대 초소로 걸어가 귀순 요청을 했다. 귀순자가 초소에 도착할 때까지 군이 몰랐다는 것은 비가 내려 시계가 좋지 않았다는 변명이 통하지 않는다. 한민구 국방부장관은 취임 다음 날인 1일 연평도를 방문해 북한의 도발에 대해 도발 원점은 물론 지원세력과 지휘부까지 응징하겠다는 개념을 유지해 왔다며 연평도 포격과 같은 도발이 다시 일어난다면 경고했던 대로 응징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여기저기 구멍이 숭숭 뚫린 군으로 어떻게 북한의 기습 도발에 맞서겠다는 것인가.

지휘관에서 말단 병사들까지 정신 자세를 뜯어고쳐야 한다. 군인들의 기강이 풀리면 매년 30조원이 넘는 국방예산을 투입해 온갖 최신 첨단무기로 무장한다 해도 싸워 이기는 군대는 만들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