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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극 보도로 다시 공정성 시비에 오른 KBS

문창극 보도로 다시 공정성 시비에 오른 KBS

Posted June. 25, 201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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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 반민족 역사관 논란에 휩싸였던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14일 만인 어제 자진 사퇴했다. 문 후보자는 지금 이 시점에서 내가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정홍원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후 두 번 씩이나 총리 후보가 지진 사퇴하는 인사 참사다.

문 후보자는 기자 신분이었을 적에 행한 강연과 칼럼의 해석을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지면서 여론이 불리하게 돌아갔다. 대표적인 것이 일제의 조선 식민 지배와 위안부 관련 강연과 칼럼이었다. 교회 강연을 첫 보도한 KBS는 말과 글의 전체가 아닌 부분만을 발췌 보도해 진의를 왜곡했다. 더구나 문 후보자의 교회 강연은 장로 신분으로 교회라는 공간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모든 것을 기독교적 예정론()에서 바라보는 그의 세계관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이런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했어야 한다. 문 후보자의 역사 관련 발언을 그 진의를 따지기보다 좌우, 또는 보수 진보 간의 이념 대결 양상을 보인 것도 우리 사회의 척박한 토론 문화를 보여준 것이다.

국회의 인사청문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동시에 고위 공직 후보자가 공직 수행에 적합한 업무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갖췄는지를 검증하기 위해 2000년 처음 도입됐다. 부정확한 정보에 근거한 언론 등 국회 밖에서의 무차별적인 의혹 제기나 흠집 내기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보다 정확하고도 공정한 검증을 하자는 취지도 담겼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문창극 파문이야말로 인사청문회에 올려놓고 본격적인 검증과 토론을 받아볼 만했다.

그런데도 정치권은 문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검증받을 기회를 차단하려고 시도했다. 야당이 앞장서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를 압박했고 여당 일각에서도 동조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훼손한 폭거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의 사퇴 기자회견 직후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한 것도 책임 있는 자세라고 하기 어렵다. 이런 저런 고려와 검증을 거쳐 후보로 지명했으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는 것이 임명권자로서 당당한 자세 아닌가.

다만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뒤 문 후보자가 보여준 대응은 적절치 못했다. 강연이나 글은 과거 사인()이었을 때의 일이라 쳐도 대응은 공인의 신분으로 하는 것인 만큼 최대한 신중을 기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그는 교회 강연과 관련해 무슨 사과할 게 있느냐고 마치 남의 얘기하듯 했고 대응 자체도 오락가락했다. 이런 부적절한 대응이 논란을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

문 후보자의 낙마가 100% 검증의 잘못 때문이라고 보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검증의 실패, 인사의 실패가 되고 말았다. 언론인 출신의 후보자는 과거 말과 글이 중요하다. 청와대가 교회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는 그의 강연과 숱한 칼럼들을 살펴보지 않았거나, 살펴보고도 논란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면 제대로 검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청와대 인사팀장을 겸하고 있는 김기춘 비서실장의 책임이 무겁다.

대통령의 힘과 권위는 인사에서 나온다. 64지방선거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던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문 후보자의 역사관 논란이 불거진 뒤 다시 40%대로까지 곤두박질 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야심 차게 국가 개조를 구상하고 그 일환으로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섰으나 감동은커녕 오히려 불안감만 주고 있다.

문 후보자의 사퇴로 박근혜 정부 들어 낙마한 총리 후보자만 김용준, 안대희 씨를 포함해 3명이다. 이외에도 도덕성 논란과 추문, 자질 미달 시비 등으로 후보 딱지를 떼기 전이나 임명된 뒤 중도 낙마한 고위 인사가 손가락으로 다 꼽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다. 박 대통령이 어제 청문요청서 제출을 재가한 후보자 중에도 김명수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 후보처럼 흠결이 작지 않은 사람도 포함돼 있다. 언제까지 이런 인사 실패를 되풀이해야 하는지 답답하다.

박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 때부터 수첩인사 밀봉인사 불통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박 대통령은 거듭된 인사 실패를 진솔하게 반성하고 기존의 인사 스타일부터 과감하게 바꿔야 한다. 인사의 추천과 검증에 문제는 없는지 살펴 사람의 문제이면 사람을 바꾸고 시스템의 문제이면 시스템을 과감히 바꿔야 할 것이다.

총리 후보가 두 번씩이나 자진 사퇴하면서 청와대가 검증 통과를 총리 후보의 첫째 조건으로 삼는다면 매우 잘못된 일이다. 그런 뜻에서 국회에서 정치인 총리를 밀고 나오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여야가 서로 봐줄 테니 정치인 총리라아 인준을 통과할 수 있다는 정치논리는 불건전한 동업자 의식이다. 청와대가 이번에는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하면서 내각을 책임지고 통할할 역량을 갖출 총리감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