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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중소기업 맞나요?

Posted May. 14, 2014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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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시에 있는 직원 100명 규모의 중소기업 영진철강 본사는 고급 리조트 같은 느낌을 준다. 붉은색 벽돌로 쌓아올린 기숙사는 공들여 지은 펜션 같다. 체력단련시설은 물론이고 야외정원 찜질방 등 다양한 시설을 갖췄다. 직원들은 철강제조업체라면 매캐한 공기가 가득한 공장을 떠올리지만 우리 회사의 환경은 매우 쾌적하다고 입을 모은다.

150여 명의 직원이 있는 통합 광고 마케팅 전문 중소기업 펜타브리드는 근무환경 개선으로 회사의 침체됐던 분위기를 새롭게 바꿨다. 그 덕분인지 수년 동안 지지부진했던 매출도 최근 쑥쑥 늘고 있다. 이 회사는 2012년 사옥을 서울 강남구 논현로의 새 건물로 옮기면서 안마실 휴게실 등 편의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자투리 공간에는 카펫을 깔고 책장과 의자를 놓았다. 쉬면서 일하는 회사를 만든다는 목표였다. 박태희 대표는 기업 분위기가 바뀌었고 업무 효율이 높아져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이 쏟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근무환경과 복지제도 등 보이지 않는 임금에 주목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 근무환경 개선이 높은 이직률 문제를 완화하고 생산성 향상, 노사관계 안정화 등으로 이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단순히 월급을 올리는 것보다 효과가 낫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동아일보가 최근 온라인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과 함께 취업준비생 17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은 임금만큼이나 근무 환경 및 복지를 중요하게 여겼다.

취업준비생 10명 중 8명은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어떤 경우 중소기업에 취업할 의사가 있느냐라는 질문(복수 응답)에 임금이 적더라도 근무 환경이 좋고 복지 수준이 높은 경우(49.2%)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대기업과의 임금 격차가 적을 경우(31.6%)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경우(17.9%) 등을 꼽았다. 중소기업이 고급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복수 응답)에도 근무 환경 개선(59.6%) 복지 수준 향상(58.7%)을 급여 수준 인상(61.2%)과 비슷한 수준으로 중요하게 봤다.

전문가들은 개인적인 만족도와 삶의 질을 추구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취업준비생 조재권 씨(31)는 전에는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대기업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삶의 질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취업준비생이 많다며 임금만이 아니라 세심한 부분까지 나를 챙겨준다는 느낌의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신광영 교수는 대기업 선호현상을 깨기 위해서는 임금 격차를 줄이는 것만큼이나 자랑하고 싶은 기업이란 이미지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은 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해야 하는 3D 업종이란 인식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 중소기업들이 보이지 않는 임금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며 변화를 꾀하는 것은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