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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지진의 경고

Posted April. 02, 2014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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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받는 일본의 반 시게루는 사회에 도움이 되는 건축을 꿈꾼다. 재생 종이를 소재로 가볍고 튼튼한 건물을 짓는 것도 그 때문이다. 종이는 값도 싸고 쉽게 구할 수 있기에 자연재해를 입은 지역에서 특히 유용하게 쓰인다. 1995년 고베 대지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물론이고 중국 쓰촨과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에도 그가 지은 학교와 성당 등 종이 건물이 있다.

지난해 베니스비엔날레에서는 중국 반체제 미술가 아이웨이웨이가 단연 화제였다. 150t의 철근 막대를 무심히 쌓아놓은 설치작품은 많은 관객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단순한 철근더미가 아니다. 2008년 쓰촨 대지진 때 무너져 내린 학교 건물에서 수거한 철근을 옮긴 것이다. 부실공사 때문에 소중한 생명을 잃어야 했던 수천 명 아이들의 영혼을 달래주기 위한 작품이었다.

이웃 나라의 대지진에 매번 놀랐던 가슴이 이번에는 국내 지진 때문에 쿵 내려앉았다. 어제 오전 4시 48분경 충남 태안에서 일어난 규모 5.1의 지진은 1978년 한반도에서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래 역대 세 번째로 큰 규모다. 먼 바다에서 발생해 큰 피해는 없었으나 서울 인천 등 수도권 가정에서도 창문과 침대가 흔들리는 진동이 느껴질 정도였다. 트위터 등에는 전쟁난 줄 알고 잠옷 차림으로 허겁지겁 뛰쳐나왔다는 체험담과 함께 일본처럼 대지진 일어나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태안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는 안이한 생각을 버리고 방진() 대책을 서두르라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난해 한반도에선 규모 2 이상 지진이 93회나 발생했다. 관측을 시작한 이래 2012년까지 연평균 지진 발생 횟수보다 3배가 많았다. 달나라에 가서 발자국을 남기고 화성에 탐사선을 보낼 정도로 과학기술이 발전해도 자연재해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질 수밖에 없다. 요행을 바라거나 방심하지 말고 이제라도 지진에 대한 정확한 예측 시스템과 빈틈없는 재난 대응책을 마련할 때다.

고 미 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