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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한류 브랜드 스토리, 동남아 넘어 유럽 노크

토종한류 브랜드 스토리, 동남아 넘어 유럽 노크

Posted March. 18, 2014 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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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유명 피부과 의사가 만든 기능성 화장품.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이런 브랜드 스토리를 가지고 동남아와 중국 시장에 진출하며 수출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중소기업이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을 창업한 안건영 대표는 고운세상 피부과로 잘 알려진 피부과 전문의 출신이다. 1998년 서울 성신여대 근처에 치료가 아닌 미용 중심의 피부과를 연 안 대표는 피부에 문제가 있어 병원을 찾는 환자(그는 고객이라고 표현)들이 화장품에 관심이 많다는 데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화장품 때문에 피부 트러블이 생겨서 병원에 온 고객들도 하나같이 어떤 화장품을 쓰는 게 좋을까요라고 묻더군요. 이때부터 피부가 약한 사람들이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화장품을 만들어 보자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안 대표는 여드름 화장품과 자외선 차단용 화장품을 직접 만들었다. 피부에 무리를 주지 않는 성분을 직접 처방한 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해 고객들에게 판매했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엿본 그는 2003년 정식으로 고운세상 코스메틱을 설립했다. 제품 브랜드는 닥터 지(Doctor G)로 했다. 회사명인 고운세상을 비롯해 멋진(gorgeous), 대단한(great), 좋은(good) 등 G로 시작되는 긍정적인 단어가 많았기 때문.

이 회사가 수출 기업으로 변신하게 된 건 한 소규모 무역업자 덕분이다. 병원을 꾸준히 찾던 고객 가운데 올 때마다 100만 원어치의 화장품을 구매하는 중년 여성이 있었다. 알고 보니 홍콩의 소규모 화장품 매장을 돌아다니며 닥터 지를 직접 팔았던 것이다. 현지에서 워낙 좋은 반응이 나오자 이 고객이 2007년 아예 홍콩 최대 화장품 유통업체인 사사(SASA)를 연결해 줬다.

안 대표는 사사에서 회사를 방문한 뒤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했고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며 당시 드라마 대장금 덕분에 동남아와 중국에 한류 바람이 거셀 때라 유명한 한국 피부과 의사가 처방한 화장품이란 소문이 퍼지자마자 시장의 반응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홍콩과 마카오 진출 이듬해인 2008년 수출액 100만 달러를 달성한 이 회사는 지난해에는 수출 규모를 약 600만 달러로 늘렸다.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올해는 수출 1000만 달러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수출 지역도 홍콩과 마카오를 포함해 중국, 태국, 미국, 말레이시아 등 12개국에 이른다. 직원 수도 2007년 25명에서 현재는 47명으로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올해 러시아와 폴란드 진출을 준비 중이다. 이미 수출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유럽 시장 진출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안 대표는 상당수 글로벌 화장품 기업이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기업이고 유럽 시장은 화장품 업계의 메이저리그 같은 곳이라며 닥터 지가 정식으로 화장품의 본고장에 선보이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고운세상 코스메틱은 얼마 전 여드름 질환용 의료기기를 개발하는 등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관련 특허를 등록했고 중국에 100대를 수출할 계획이다.

안 대표는 내수 시장에만 머물러 안주했다면 기업이 이만큼 성장하긴 힘들었을 것이라며 넓은 해외 시장을 개척하다 보니 회사의 경쟁력도 더 커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성남=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