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또 노인 쫓아내 맥도널드 뭇매

Posted March. 17, 2014 03:19   

中文

평생 맥도널드 햄버거와 샌드위치를 즐겨 먹었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 칼 베커 씨(87)와 바버라 베커 씨(81) 부부는 지난달 21일 오후 2시 반 평소처럼 미국 버지니아 주 집 근처 컬페퍼 맥도널드 매장에서 스크런치(늦은 점심 겸 이른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얼마 뒤 한 점원이 다가와 노부부의 테이블 주변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먼지가 사방으로 튀어 식사를 할 수 없을 정도였다. 이어 매니저가 찾아오더니 그만 나가달라. 식사를 시작한 지 30분이 넘었다고 말했다. 식당은 손님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여섯 명의 자녀, 열네 명의 손자손녀와 이곳 음식을 즐겨왔지만 이런 박대는 처음이었다.

매장을 쫓겨난 베커 씨 부부는 지역 신문인 스타 익스포넌트의 편집자에게 코너에 편지를 썼고 사건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타고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곳곳에서 맥도널드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맥도널드는 올해 1월 뉴욕에서도 한국계 노인들을 매장에서 쫓아내 인종 및 노인 차별 시비를 받았다.

베커 씨 부부의 딱한 사정을 접한 같은 지역 훈제 바비큐 집 사장 션 모스 씨는 이들에게 평생 일주일에 한 번씩 스크런치를 공짜로 대접하겠다고 약속했다. 모스 씨는 베커 씨가 참전용사인 점을 들어 매주 수요일을 스크런치 데이로 정해 모든 참전용사들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맥도널드도 무료 커피 쿠폰 두 장을 보내왔지만 베커 씨 부부는 이를 거절했다. 맥도널드 본사는 뒤늦게 사과의 편지를 보내와 진상조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베커 씨는 사건 이후에도 맥도널드 음식을 먹지만 컬페퍼 매장은 가지 않는다며 아직 앙금이 풀리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