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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쇼트트랙도 춤추게 하자

Posted February. 25, 2014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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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올림픽의 양궁과 겨울올림픽의 쇼트트랙 선수들에게 태극마크는 무한한 영광인 동시에 큰 부담이다.

흔히 두 종목에서는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보다 국가대표 되는 게 더 어렵다고 한다. 은메달을 따고도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인다. 외국 사람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일 만한 장면이다. 이들이 느끼는 금메달 강박증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24일 막을 내린 소치 겨울올림픽에서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금메달은 따지 못했다. 금메달은커녕 동메달 한 개도 목에 걸지 못했다. 선수들의 아픔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회 전부터 이들은 환영받지 못했다.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빅토르 안29)의 그늘에 가렸다. 안현수가 한국 빙상계 파벌 싸움의 희생양으로 귀화했다는 오해가 널리 퍼지면서 그 화살이 애꿎은 한국 선수들에게 향했다.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가는 것보다 어렵다는 대표선발전을 통과했지만 이들은 역대 국민들의 성원을 가장 받지 못하는 국가대표였다.

대회 기간에 안현수가 금메달을 목에 걸며 승승장구하자 이들의 상처는 더 깊어졌다. 반드시 금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에 조급해졌고, 조급함은 무리한 플레이를 낳았다. 실격과 실수가 잇따랐다. 오죽했으면 안현수가 후배 선수들이 무슨 죄가 있나. 다들 열심히 한 선수들이다. 내 성적과 한국 선수들의 성적이 맞물려 비교되는 게 나도 많이 힘들었다고 말했을까.

안현수가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귀화 이유는 운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2008년 무릎 부상 이후 안현수에게 가장 필요했던 건 그의 재기를 기다려 줄 수 있는 인내였다. 한국은 기다리지 못했고 러시아는 기다렸다. 그 결과 안현수는 금메달 3개와 동메달 1개를 따내며 러시아의 종합 1위에 기여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세계 최강이던 시대는 지났다. 많은 한국인 지도자가 외국에 진출하면서 한국만의 노하우는 이미 없어진 지 오래다. 힘 좋고 체격 좋은 외국 선수들은 한국 지도자들을 통해 한국만 갖고 있던 장점을 스펀지처럼 흡수한다.

안현수의 경우처럼 지금 우리 선수들에게 필요한 것도 기다림이다. 옆에서 지켜본 남자 쇼트트랙 선수들은 정말 눈물겨울 만큼 열심히 노력했다.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자기들끼리 똘똘 뭉쳐 땀을 흘렸다.

이들에 대한 비난은 제2의 안현수를 낳을 수 있다. 이들에게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또 그간의 노력에 대해서는 따뜻한 격려를 받아야 한다.

25일 이들은 선수단 본진과 함께 입국한다. 메달리스트들의 뒤에 가려 있을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따뜻한 박수다.un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