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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 많이 나오는 '계층 이동성' 높여야

개천에서 용 많이 나오는 '계층 이동성' 높여야

Posted February. 07, 2014 0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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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수성가()한 1세대 기업인들의 삶은 감동을 준다. 어려운 여건을 뚫고 한국 굴지의 대기업을 일궈낸 삼성의 이병철, 현대의 정주영, LG의 구인회 창업자 같은 기업 영웅들의 신화는 세월이 흐를수록 더 빛난다.

미국 미디어그룹 블룸버그가 발표한 올해 세계 200대 부자() 순위를 보면 자기 힘으로 현재의 재산을 일군 자수성가형 부자가 139명(69.5%)인 반면, 부모에게 재산을 물려받은 상속형 부자는 61명(30.5%)에 그쳤다. 1위를 차지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를 비롯해 상위 10명 중 9명이 자수성가 부자다. 도전과 혁신의 풍토가 강한 미국이 7명이고 멕시코 스페인 스웨덴 국적이 각각 한 명씩이다.

200위 안에는 중국 6명, 일본 3명의 기업인이 꼽혔다. 한국인은 이건희 삼성 회장(108위)과 정몽구 현대자동차 회장(194위) 등 두 명에 불과하다. 그것도 중국과 일본 기업인은 모두 자수성가형인 반면 한국 기업인은 상속형으로 분류된 점이 큰 차이다. 상장기업 보유주식 평가액이 1조원을 넘는 16명의 한국 주식 부자 중에서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을 제외한 15명이 재벌가문 2, 3세이거나 그 배우자라는 점도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워진 현실을 반영한다.

창업보다 어렵다는 수성()에 성공한 이건희 정몽구 회장 같은 기업인들을 단순히 부모 잘 만난 덕분이라고 폄훼하는 것은 균형 잡힌 시각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이 자본주의 역사가 오래된 미국이나 일본보다도, 시장경제로의 개혁이 우리보다 늦었던 중국보다도 자수성가 부자가 적은 것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한국 경제의 활력과 역동성이 떨어졌고, 과거와 달리 계층 이동이 쉽지 않은 사회적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격차가 교육의 격차, 일자리와 수입의 격차로 이어져 기회의 불평등에 대한 갈등과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의 포린어페어즈 최근호는 한국경제의 불평등 문제를 지적하며 빈부격차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2017년에 중도좌파가 정권을 잡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성장을 발목 잡는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으면서도 사회안전망과 규제개혁 정책으로 계층 이동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