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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활 10년만에 난민 인정말리 출신 두코레씨 가족의 특별한 설

한국생활 10년만에 난민 인정말리 출신 두코레씨 가족의 특별한 설

Posted January. 30, 20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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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요? 이웃집에 친척들이 오고, 텔레비전에서 특집 프로그램을 하길래 막연히 아, 한국 명절이구나 했죠. 설 때는 불법체류자 단속이 없는 것 같아 가족끼리 시내에서 피자 사먹곤 했어요.

아프리카 말리 사람인 니우마 두코레 씨(35여)의 다섯 가족은 올해 특별한 설을 맞았다. 한국에 온 지 10년 만에 난민으로 인정받아 떳떳하게 맞는 첫 명절이다. 27일 서울 용산구 보광동의 반지하 월셋집에서 만난 니우마 씨는 이제 아이들이 커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할 때 신나게 맞장구친다며 활짝 웃었다.

한국에 먼저 온 남편을 따라 2004년 관광비자로 입국한 니우마 씨는 그간 불법체류자 신분이었다. 가족들이 있는 말리는 오랜 가뭄으로 웃고 떠드는 게 뭔지 모를 정도로 먹고살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부부는 한국에서 아들 셋을 낳았다.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큰아들(9)에겐 큰아버지(디아비), 둘째 아들(7)에겐 시아버지(부부), 막내아들(1)에겐 친정아버지(알푸세니)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달랬다. 한국에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이슬람교도인 이들은 김치찌개와 만두, 잡채 등에 돼지고기가 들어가는 줄 모르고 수년간 먹어 오다 얼마 전에야 그 사실을 알고 음식을 끊었다. 이슬람교에선 돼지고기를 금한다. 외출도 단속을 우려해 동네 밖으로 벗어나지 않았다.

2012년 3월 말리에서 내전이 발발하면서 어머니와 남동생은 연락도 끊겼다. 강제 출국돼 고향에 가면 우리 가족이 죽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해 4월, 부부는 난민신청서를 들고 출입국사무소의 문을 두들겼다. 1년 9개월의 기다림 끝에 지난달 17일 난민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날 밤새워 울었어요. 너무 행복하기도 하고, 믿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고.

외국인등록증도 나왔다. 니우마 씨는 외국인등록번호 13자리가 생긴 게 말도 안 나올 정도로 좋다고 했다. 2009년 신종플루가 유행할 때 아이들에게 백신을 맞게 하려고 소아과와 보건소를 전전했지만 백신이 부족한 상태에서 무등록 외국인에게까지 접종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보건소 복도에 앉아 있는데 계속 눈물이 나왔어요. 우리 애들이 아파도 치료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어요.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는 남편 무하마두 두코레 씨(44)는 허리와 어깨가 아파 일을 줄이고 있다. 남편이 벌어오는 100만 원 남짓의 돈에서 월세 40만 원을 빼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형편. 그래도 부부는 행복해서 자꾸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니우마 씨는 이번 설엔 명절 느낌을 내 볼 예정이다. 아이들에게 한국의 명절을 제대로 느끼게 해 주고 싶어서다. 소고기 사서 떡국 끓여 보려고요. 전도 좀 부쳐 보고. 이제 외식은 다른 날 해도 되니까요.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