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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의 독도 20년 잠 깨다

Posted January. 30, 2014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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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칼로 한 줄 한 줄 깎아낸 듯한 절벽 위에 12.7m 높이의 하얀 등대가 외롭게 서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우뚝 선 주상절리(용암이 바다와 닿으며 육각형 기둥 모양으로 굳은 지형)에 잔잔한 파도가 밀려와 부서졌다.

격렬비열도(). 우리 국토의 서쪽 맨 끝에 위치한 무인 열도로 서해의 독도로 불린다. 세 개의 섬이 날개를 펴고 푸른 바다 위를 나는 모습이라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7일 오전 9시 반. 충남 태안군 신진도항에서 출발한 지 1시간 반쯤 걸렸을까. 태안해양경찰서 소속 해경경비함 해우리 20호 앞으로 격렬비열도가 그 웅장한 모습을 드러냈다.

섬 전체가 암벽으로 이뤄져 접안시설도 갖출 수 없는 환경. 해경경비함을 바다 위에 임시 정박시킨 채 10인승 고속정으로 갈아타고서야 7000만 년 전에 생겨난 신비의 화산섬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었다. 섬 꼭대기 등대까지 난 비탈길엔 야생동물의 배설물이 수북했다. 섬 중턱에 빽빽이 늘어선 동백나무 잎사귀도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격렬비열도는 우리의 영해 범위를 결정하는 영해기점 23개 도서 중 하나다. 중국에서 오는 화물선과 여객선이 처음으로 맞닥뜨리게 되는 서해상 우리 영해의 제1관문이다. 중국 산둥반도와 268km, 충남 태안에서는 불과 55km 지점에 위치한다. 서쪽으로 90km만 가면 한중 잠정조치수역이어서 한국 영해 안으로 들어와 고기를 잡으려는 중국 어선과 한국 해경의 충돌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다.

해양수산부 소속 대산지방해양항만청은 이르면 올해 하반기 격렬비열도에 등대원 3명을 파견하기로 했다. 1994년 등대원이 철수한 지 20년 만에 사람이 사는 섬이 되는 셈이다. 우리의 영토주권을 강화하기 위한 유인화() 조치다. 앞서 충청남도, 태안군, 태안해양경찰서, 국립해양조사원, 대전지방기상청, 대산지방해양항만청 등은 지난해 6월 유인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정부에 예산 반영을 요청했다. 관련 예산은 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격렬비열도(태안)=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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