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추운 겨울밤의 곶감

Posted January. 20, 2014 03:13   

中文

감나무는 동아시아 온대지역의 특산종이다. 서양인들은 감이라는 과일에 익숙하지 않다. 우리나라에선 고려시대부터 감나무 재배가 일반화했다. 동국이상국집에는 하 낭중이 보내온 곶감에 사례하다란 대목이 나온다. 용재총화에는 (조선) 태종이 감나무를 대궐 안에 심고 그 열매를 구경했는데 까마귀가 와서 쪼아 먹으므로 활 잘 쏘는 사람을 구하여 쏘라고 하였다는 내용이 있다. 이때 까마귀를 쏘아 맞힌 사람이 당시 세자였던 양녕대군이었다. 왕은 평소 양녕을 못마땅하게 여겨 오랫동안 보지 않았는데, 그날 비로소 빙그레 웃었다고 한다.

감나무는 가구를 만드는 목재로도 많이 쓰였다. 목질이 단단한 데다 먹물로 그림을 그린 듯한 검은색 무늬가 있어 인기가 많았다. 감나무로 만든 문갑이나 장 같은 옛날 가구를 보면 수묵화를 떠올리게 하는 얼룩무늬가 감탄을 자아낸다. 특히 판자 한 장을 반으로 잘라 펼쳤을 때 나오는 대칭 무늬가 예술이다. 감나무에 먹이 드는 것은 흑단나무와 친척지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내력 때문에 감나무는 온대지방 원산이지만 따뜻한 기후를 좋아한다. 그래서 우리 조상들은 감나무의 또 다른 친척이면서 추위에 강한 고욤나무 대목에 감나무를 접붙였다. 고욤나무에는 감을 축소한 것 같은 손톱만 한 열매가 열린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고욤 접목 감나무는 경북 상주시 외남면 소은리에 있다. 이 나무는 약 530세로 조선 성종 때 접목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은리 감나무가 있는 상주는 우리나라에서 곶감 생산이 가장 많은 곳이다. 전국 곶감의 60%가 여기서 난다. 올해는 곶감 생산량이 줄고 값이 올라 농민들이 울상이다. 지난해 가을 감나무에 병이 돈 탓이다. 그렇잖아도 사람들의 식성이 서구식으로 변하는데 가격마저 비싸지면 곶감 판매가 준다는 걱정이다. 농민들은 상주곶감 브랜드를 지키고 판매량을 유지하기 위해 이윤 감소까지 각오하겠단다. 긴긴 겨울밤 좋은 사람들과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우며 살짝 얼린 곶감을 먹는 맛은 먹어본 사람이라야 안다.

문 권 모 소비자경제부 차장

mike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