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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사각지대, 틀에 박힌 봉사론 제거 힘들어"

"복지 사각지대, 틀에 박힌 봉사론 제거 힘들어"

Posted November. 15, 2013 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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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출연한 자금으로 운영되는 재단들이 우리 사회에서 좀 더 큰 역할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부가 미처 보지 못한 분야를 발굴해내는 것이 우리 몫입니다.

7일 서울 종로구 계동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진홍 아산나눔재단 이사장(76사진)은 기업 출연으로 세워진 재단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물질적 지원으로 그 역할을 한정하지 말고 사회보장제도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지난달 20일로 취임 2주년을 맞은 정 이사장은 다 같이 연탄 나누기를 하는 것도 좋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에 드리워진 그늘을 없애야

아산나눔재단은 2011년 10월 20일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현대중공업그룹(2380억 원),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2000억 원), KCC그룹(150억 원) 등이 총 5000억 원을 출연해 세웠다. 서울대 종교학과 명예교수인 정 이사장은 재단 출범과 함께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이사장직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정 이사장은 재벌 기업의 출연으로 세워진 재단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 알고 있었다며 재단활동을 통해 자본주의 체제의 좋은 점을 건전하게 확산하면서 어두운 그늘을 없앨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밝혔다.

인터뷰 내내 그는 나눔에 대한 미시적인 접근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람들이 나눔 하면 일방적으로 베푸는 시혜()만을 떠올린다는 이야기였다. 정 이사장은 해외로 나간 대학생 봉사단원들이 태극기가 새겨진 조끼를 입은 채 난민들에게 한복을 선물하는 것 또한 이러한 사고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나눔이란 우리 모두를 위해 함께 참여하고 공유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단 브랜드는 청년

아산나눔재단은 현재 청년을 주제로 다양한 사업들을 벌이고 있다. 정주영 창업경진대회와 글로벌인턴 등이 대표적인 사업이다. 정 이사장은 고기를 잡아주는 것이 아니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재단의 역할이라며 다양한 발전 가능성을 가진 청년들을 지원해 사회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일조하겠다고 역설했다.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수십 년간 학교에서, 또 재단에서 만난 청년들은 하나같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었다며 청년들이 꿈과 열정, 도전과 창조, 나눔과 책임으로 풀이되는 기업가 정신을 지닐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아산나눔재단은 청년 창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4월경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청년창업센터 마루 180을 열 계획이다. 기업가 정신을 고양하기 위한 별도 교육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취임 후 2년간의 소감을 묻는 질문에 정 이사장은 암중모색()이라는 사자성어로 답했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를 찾듯 다양한 시도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얘기였다. 그는 몇 차 대회, 봉사단 몇 기 등 형식적인 틀에 갇혀 정체하는 것이 가장 어리석은 짓이라며 아산나눔재단은 상황에 맞게 그때그때 필요한 사업들을 실시할 것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