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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중국 관계가 부럽다

Posted October. 26, 2013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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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내릴 때 나는 외국인이지만 감격했다. 아, 이들은 이렇게 화해하는구나 생각했다. 당시 중국과 대만 관계는 최악이었다. 그 후 13년이 흘렀다. 중국과 대만은 활발히 교류하며 함께 발전하고 있다. 그동안 남북한은 뭘 했나?

최근 개인적인 모임에서 어느 중국인이 한 말이다. 그의 말대로 남북관계는 오랫동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북한이 핵 개발을 추진하고 한국은 정권에 따라 정책이 오락가락했다. 중국과 대만 사이 양안()관계가 천지개벽한 것과 비교된다.

대만은 한국과 비슷한 점이 많다. 공산주의 침략의 위협 속에서 아시아의 4마리 용이 될 만큼 눈부신 경제발전을 달성했다. 1949년 마오쩌둥의 홍군에 패배해 타이완 섬으로 쫓겨 간 후 대만은 38년을 계엄령 속에 살았다. 지금도 중국 대륙의 수천 개 미사일이 대만을 향해 실전 배치돼 있고, 대만 역시 중국의 공격에 대비해 수시로 군사 훈련을 한다. 세계 2위 경제대국이 된 중국이 수백 개의 핵무기를 갖고 있고 아직도 대만을 자기 영토로 여긴다는 점에서 대만의 안보 위협은 한국보다 덜하지 않다.

하지만 중화민족은 유연했다. 2008년 집권한 대만 국민당의 마잉주 총통은 3불()을 내걸었다. 통일하지 않고 독립하지 않고 무력을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상을 유지하면서 관계를 개선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에 쓰촨 성 대지진이 일어나자 마 총통은 위로금을 보내며 현실을 바라보고 신뢰를 쌓으며 같은 것을 추구하여 번영을 이루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이던 후진타오는 천 리를 구경하려면 누각을 한층 더 올라야 한다는 시 구절로 화답했다. 서로 충돌하는 점은 일단 덮어 두고 한 차원 높은 세계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정치는 사회주의 체제지만 시장경제를 도입해 평화와 안정이 절실히 필요한 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

두 나라는 2010년 경제협력기본협정(ECFA)을 맺었다. ECFA는 국가 간의 자유무역협정(FTA)처럼 상품의 관세를 없애고 투자를 보장하는 협정이다. 공식적으로 서로를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두 나라가 조금 다른 표현을 쓴 것이다. 이 협정은 후발국에 쫓기고 차세대 먹을거리는 보이지 않는 대만 경제에 단비와 같았다. 그해 대만의 경제성장률은 24년 만에 최고치인 10.8%로 치솟았다. 유연한 대중() 정책으로 평화와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마 총통은 지난해 재선에 성공했다.

현재 대만과 중국 사이에는 수많은 직항로가 개설돼 자유롭게 왕래하고 있다. 대만에서는 지금도 중국에 흡수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밀접해질수록 무기를 사용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질 것이다.

한국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자원과 노동력이 만나면 어떤 시너지를 낼지 우리는 개성공단에서 일부 경험했다. 북한이 경제개발에 목말라하는 징후는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풀기 어려운 정치 외교 문제를 일단 제쳐 놓고 경제로 접근해 새로운 대화와 협력의 장()을 연 양안 관계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주춤하고 있다. 북한이 변덕스럽고 자주 약속을 위반한다고 비난하는 것은 쉽다. 대북() 관계에서 원칙과 자존심을 지키는 일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를 핑계로 남북관계에 아무런 진전도 이루지 못한다면 무능한 정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