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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인권 범죄 기록, 민간에만 맡겨둘 순 없다

북인권 범죄 기록, 민간에만 맡겨둘 순 없다

Posted October. 24, 20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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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인권정보센터가 북한에서 인권 침해를 저지른 사람의 구체적 신상 정보를 기록한 첫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고문과 처형, 정치범수용소 구금 등 유형별로 인권 침해 사례를 적시하고 가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소속을 함께 수록했다. 이 센터는 북한인권운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헌 씨(81)가 북한 인권 피해 자료의 수집과 분석을 목적으로 2003년 설립한 순수 민간단체다. 정부도 못하는 일을 민간단체가 대신하고 있다니 그 열정을 높이 살만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탈북자들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북한 내 정치범수용소의 실체와 인권 유린 실태에 대한 증언과 폭로가 이어졌다. 이를 계기로 미국은 2004년, 일본은 2006년 북한인권법을 제정했고 유엔은 매년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고 있다. 북한인권정보센터가 발표한 북한인권백서에 따르면 올해 수집한 인권 침해 사례만도 4만6713건에 이른다.

독일 통일 전 서독은 1961년 중앙범죄기록소를 설치해 동독이 저지른 인권 침해 범죄의 증거를 수집하고 사례를 기록했다. 약 4만3000건에 이르는 자료들은 통일 후 옛 동독체제의 청산, 인권 유린자들에 대한 형사처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의 근거로 활용됐다. 기록소의 존재 자체가 동독 정권에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해 인권 침해를 억제하는 효과도 가져왔다.

북한인권정보센터도 이를 본뜬 것이지만 민간단체로는 한계가 있다. 국가가 전면에 나서 체계적으로 북한의 인권 침해 사례를 찾아내 가해자의 신상을 수집, 기록, 보존해야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안은 북한의 인권 개선을 돕기 위한 각종 지원과 함께 북한인권기록보존소를 법무부에 두는 내용도 담고 있다. 하지만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저해할 우려가 있다는 민주당 측의 반대로 2005년 첫 발의() 이후 폐기와 재발의를 거듭하며 여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민주당은 올해 5월 당 정강정책을 개정하면서 인류보편적 가치로서 북한 주민의 민생, 인권에 대해 관심을 갖고 노력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이전과는 달라진 모습이지만 민주당이 진정 북한의 인권을 걱정한다면 북한인권법 제정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