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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인권범죄 책임자 이름-소속 기록 남긴다

북한 인권범죄 책임자 이름-소속 기록 남긴다

Posted October. 23, 2013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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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했다가 임신 상태로 강제 송환된 김련희는 생옥수수를 주워 먹었다는 이유로 구타당해 유산 후 사망. 가해혐의자는 함경북도 인민보안국 송평집결소 계호원인 채명일. 1980년생. 당시 계급 하사.

사단법인 북한인권정보센터가 최근 내놓은 북한인권 사건리포트의 일부다. 고문과 처형, 정치범수용소 구금 등 유형별로 정리된 북한 내 인권침해 범죄 기록에는 가해자의 이름과 생년월일, 소속 등이 함께 적혀 있다. 북한인권 침해 관련 가해(혐의)자의 구체적인 신상정보가 명시된 것은 처음이다.

북한 내 가해(혐의)자의 구체적인 신상을 공개한 것은 이들 개인은 물론 김정은 지도부를 향해 인권침해 책임자의 신상정보를 축적하고 있다. 반드시 단죄하겠다는 메시지를 보내기 위한 목적이다. 북한의 책임자들이 향후 처벌 가능성을 두려워해 인권침해 수위를 낮추도록 유도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이는 7월 활동을 시작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가 김정은에 대한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소 가능성을 열어놓고 범죄를 입증할 구체적인 자료를 모으고 있는 활동과도 맥락이 닿아 있다.

독일의 경우 통일 이전 서독이 잘츠기터 중앙문서기록보관소에 동독의 인권침해 사건들을 철저히 기록하고 관련 자료들을 수집해 보관했다. 당시 축적해놓은 4만3000여 건의 자료는 이후 동독의 인권침해를 단죄하는 결정적인 근거가 됐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소장은 지금도 북한에서 자행되는 끔찍한 인권유린 행위들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가해자에게 책임을 묻게 될 것이라며 북한 당국은 지금이라도 이를 깨닫고 각종 폭행과 고문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인권 사건리포트에 담긴 정보들은 북한인권정보센터가 탈북자들을 상대로 면담 조사를 한 자료를 토대로 센터 내 검증위원회에서 여러 확인 작업을 거친 것이다. 이 리포트에 따르면 함경북도 회령시 전거리교화소에 수감 중이던 원명화 씨는 2011년 2월 담당 보안원에게 심하게 구타당한 뒤 숨졌다. 가해혐의자는 전거리교화소 8반 담당 보안원으로 1978년 10월생인 김창수이다. 당시 이를 목격했던 동료 수감자는 탈북 후 센터의 조사에 응하면서 김창수가 그렇게 기차게 매를 때리니 (원명화) 얼굴이 시퍼렇게 되어서. 입에서 시커먼 어혈이 잔뜩 나왔다고 증언했다.

최근 한 대북 관련 단체가 북한 구금시설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던 탈북자 3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49%)이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