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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이착륙기

Posted October. 19, 2013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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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없이 뜨고 내리는 항공기는 강대국들의 오랜 숙원이었다. 아무리 최첨단 비행 성능과 전투력을 가진 전투기라도 활주로가 파괴되면 무용지물이다. 사방이 확 트인 광활한 공간에 펼쳐진 비행장은 적 공격의 제1 타깃이고 방어에도 취약하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에 등장한 헬리콥터는 이착륙 장소의 제약을 획기적으로 극복했지만 전투력과 기동력 부족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다.

수직이착륙 전투기 개발의 선발주자는 단연 영국이었다. 1960년 10월 강력한 추진력을 갖춘 제트엔진의 노즐을 수평과 수직 방향으로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추력가변(Vectored Thrust) 방식으로 무장한 해리어 시리즈 개발에 성공했다. 실전 배치는 그로부터 9년 후(). 해리어의 진가는 1982년 지구 반 바퀴 거리인 1만3000km를 날아가 벌인 포클랜드 전쟁에서 확인됐다. 경()항공모함에서도 자유자재로 이착륙하며 작전을 펼 수 있었던 시(sea)해리어에 아르헨티나의 홈 코트 이점은 결정적 변수가 되지 못했다.

최근 대한항공이 개발한 수직이착륙 무인항공기(KUS-TR)가 시험비행에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프로펠러가 수직, 수평으로 전환되는 방식으로는 세계 최초로 실용화된 수직이착륙 무인기 모델이란다. 이미 오스프리라는 군용 수직이착륙기를 갖고 있고 각종 무인기를 다량 운용 중인 미국이 2006년 시험 단계의 추락사고로 개발을 중단했던 방식을 우리가 자체 기술로 성공시켰다는 게 놀랍다. 군사 강국인 러시아나 무인기 시장의 주요 2개국(G2) 이스라엘도 나가떨어진 분야다.

다만 현재로선 수직이착륙 무인기의 수요는 거의 없어 보인다. 물건을 원하는 사람이 없으면 개발해 얻을 것이 별로 없으니 아직은 그림의 떡일 수도 있다. 대당 가격도 150억 원 이상이란다. 우리가 한발 앞서기 시작한 기술혁신이 인류 발전과 응용 분야에 얼마나 기여할지 궁금하다. 광활한 활주로가 없어도 되니 이착륙 소음 문제만 해결한다면 서울역 같은 도심에도 공항을 만들 수 있다는데. 그날은 언제쯤일까.

하태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