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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한국의 청년기업가 정신이다

Posted September. 13, 2013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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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케냐에 놀러 간 이영주 소울오브아프리카(SoA) 대표(29여)는 현지 예술가들의 그림을 팔면 돈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케냐 화가들의 작품은 유럽 회화처럼 고급스러웠지만 훨씬 쌌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친구 2명과 사업을 위한 팀을 꾸렸다.

그러나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려고 7월 말 케냐에 이어 탄자니아에 있는 팅가팅가 예술인 협동조합을 방문하면서 생각이 180도 바뀌었다.

그곳 화가들에겐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없어요. 유럽 바이어들이 책상에 500달러를 올려놓고 그 작가의 모든 작품에 대한 평생 저작권을 달라고 한답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화가들은 계약서도 보지 않고 서명을 합니다. 영국 BBC가 판권을 갖고 있는 팅가팅가 이야기도 화가들의 그림을 갖다 쓰고는 값을 지불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기업가정신으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이 대표는 탄자니아 화가들에게 정당한 수입원을 만들어 주기로 결심했다. 화가들에게 지식재산권에 대해 교육하고 그들의 작품을 제값에 사온 뒤 국내 애니메이션이나 캐릭터 등 콘텐츠산업과 접목해 부가가치를 높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는 이달 말 케냐와 탄자니아에서 사온 작품 30점을 전시해 국내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조사할 계획이라며 다음 답사 땐 저작권 및 상품화 전문가와 함께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탄자니아의 지식재산권 보호사업을 본격 진행하게 된 것은 파이어니어 빌리지 더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다. KDB산업은행이 주최하고 한국청년기업가정신재단이 주관하는 이 프로젝트는 국내 청년들이 해외 빈민촌을 찾아가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는 창업 아이템을 만들도록 지원한다. 최근 국내 창업이 미국 실리콘밸리식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치우쳐 있다는 점을 감안해 후진국에서 창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해 보자는 시도다.

옥수수를 반값에 내다파는 추장

1밀리미터 액트라는 팀을 꾸린 서유나 씨(26여)와 이명상 씨(26)는 아프리카 최빈국 말라위에서 곡물 유통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둘은 최근 1년간 비정부기구(NGO)를 통해 말라위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특히 이 씨가 열매나눔재단 농업분과에서 시세 차익을 이용해 곡물을 사고판 뒤 남은 돈을 자선 활동에 재투자하는 일을 맡으면서 사업성을 발견했다. 둘은 7월 말 다시 말라위를 찾았다.

농부들은 1년에 옥수수를 2t가량 생산하는데 당장 돈이 없다 보니 수확기인 6월에 재배한 옥수수를 모두 내다팝니다. 이듬해 2월 춘궁기가 되면 값이 4, 5배는 오른 옥수수를 사먹어야 해요. 저희가 만났던 콴지 마을의 추장도 옥수수 시세를 몰라 반값에 팔 정도로 농부들이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서 씨)

1밀리미터액트는 농부들이 수확기에 옥수수 땅콩 콩 등 농산물을 가져오면 그에 상응하는 현금을 줄 계획이다. 이때 서로 동의한 가격이 됐을 때만 옥수수를 내다판다는 계약서를 쓰기로 했다. 농부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고 투명하게 사업을 하겠다는 일종의 약속이다. 이후 곡물을 안전하게 보관하다 적정 가격에 곡물을 팔고 사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이익을 제외한 나머지를 농부들에게 나눠줄 계획이다.

디자인 전공자 3명으로 구성된 에이(A). 디자인 팀은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의 배경인 인도 최대 빈민가 다라비에서 수질 개선 사업을 꿈꾸고 있다. 김세훈 씨(33)는 평소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디자인을 어떻게 의미 있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이 프로젝트를 접하고 인도로 떠났다고 말했다.

다라비에 가보니 아이들이 썩어 고여 있는 물에서 맨발로 물장구를 치며 놀고 있었다. 이 때문에 각종 질병으로 고통받는 아이가 많았다. 호용방 씨(33)는 재활용 사업, 가죽공예 등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봤지만 당장 돈을 벌어다주는 것보다는 생명을 위협하는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에 하수 정화 장치 아이디어를 냈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인도는 건설현장에서 철근 대신에 튼튼한 대나무를 많이 사용한다는 것을 발견하고 대나무를 파이프처럼 이용하기로 했다. 호 씨는 지름이 515cm로 다양한 크기의 대나무를 연결해줄 수 있는 모듈을 개발해 여기에 펌프와 정수기를 연결해 볼 생각이라며 프로젝트가 성공한다면 인도뿐 아니라 다른 국가의 빈민촌에서도 적용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3팀을 포함한 총 8팀은 79월 아프리카, 아시아 등에 1차 현지 답사를 다녀왔다. 앞으로 11월까지 3개월간 한국에서 사업계획서를 짜게 된다. 이 중 최대 5팀이 선발돼 12월 2차 현지 조사를 다녀온다. 최종 선발된 1팀은 창업 지원금을 받게 된다.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