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5공 청산 25년만에 한 페이지 넘겼다

Posted September. 11, 2013 06:28   

中文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와 함께 미납 추징금 1672억 원을 모두 내겠다고 장남 재국 씨를 통해 10일 밝혔다. 이로써 1988년에 끝난 5공화국의 법률적 정치적 잔재가 25년 만에 청산되는 계기를 맞게 됐다.

특히 1980년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유혈진압과 1212쿠데타를 통해 5공화국이 탄생하면서 굴절됐던 대한민국 현대사도 이날 발표로 제자리를 찾게 됐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손대지 못했던 5공 청산을 박근혜 정부가 마무리한 셈이다. 무엇보다 법치와 정의의 실현을 위한 국민적 시대적 요구가 충족된 것이어서 이날 발표가 현대사 전체에서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재국 씨는 이날 오후 3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자진 납부 계획을 발표했다. 재국 씨는 90도로 허리를 숙인 뒤 그간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가족 모두를 대표해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부친은 당국의 조치에 최대한 협조하라는 말씀을 진작 하셨고 저희도 그 뜻에 부응하고자 했지만 현실적인 난관에 부닥쳐 해결이 늦어진 데 대해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말을 끝내고는 다시 카메라를 향해 허리를 90도로 숙였다.

이날 전 전 대통령 일가는 이미 검찰에 압류된 900억 원 상당의 재산 외에 약 800억 원 상당의 재산을 추징금으로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이미 압류한 재산과 자진 납부 재산을 합쳐 총 1703억 원의 재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재국 씨는 자신의 명의로 돼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시공사 사옥 3필지, 경기 연천군 허브빌리지 48필지(33필지는 압류), 미술품 등을, 차남 재용 씨는 서초동 시공사 사옥 1필지를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삼남 재만 씨와 딸 효선 씨 역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과 경기 안양시 관양동에 보유하고 있는 땅을 자진 납부 대상에 포함시켰고, 사돈 이희상 동아원 회장은 275억 원 상당의 금융자산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밝혔다.

재국 씨는 부모님이 현재 살고 계신 연희동 사저도 추징금으로 납부할 것이라며 다만 부모님께서 반평생 거주했던 사저에서 여생을 보내실 수 있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검찰은 한국자산관리공사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확보한 재산에 대한 공매 등 환수 절차에 착수할 계획이다. 검찰은 또 추징금 환수 과정에서 드러난 탈세, 해외 비자금 은닉 등의 의혹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할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하되 전 전 대통령 일가의 자진 납부 결정 등을 정상 참작 사유로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로 5공 정부의 탄생 과정에 대한 역사적 법적 단죄가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아직 518민주화운동 진압 때 발포 지시자가 누구인지 규명하지 못해 일각에서는 미완의 청산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집권 과정에 대한 전 전 대통령 본인의 사과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민동용유성열 기자 min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