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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들 20년만의 외환위기 공포

Posted August. 21, 2013 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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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출구전략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가면서 수년간 세계 경제의 버팀목이 되어 왔던 신흥국 시장이 크게 출렁이고 있다. 신흥권의 대표 주자인 인도 루피화()의 가치가 20일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가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가치로 하락했고 브라질 헤알화는 5월 초 대비 15% 폭락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도 올 들어 17%나 하락한 가운데 말레이시아 태국 터키 등 20여 개국의 통화 가치가 일제히 급락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신흥국을 휩쓸었던 도미노 위환위기의 유령이 되살아날지 우려되고 있다.

아시아 각국 통화-증시 일제히 급락

신흥국 금융위기 폭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일 아시아 시장이 이틀째 크게 출렁거렸다.

20일 한국 시장에서는 미국의 출구전략 가시화와 인도발 금융위기 우려로 코스피가 전날보다 29.79(1.55%) 내린 1,887.85에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오전에는 상승세를 보였지만 개인들이 팔자로 돌아서면서 2.35% 급락하며 537.57로 거래를 마쳤다. 이는 6월 25일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5.2원 오른 1120.8원으로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인도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가 본격화하면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오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종합지수는 이틀 연속 5% 안팎으로 폭락했다. 인도 센섹스지수도 18,133.97로 0.95% 내려 지난해 9월 13일 이후 최저점을 찍었다. 태국 SET지수는 1,363.70으로 2.49%, 말레이시아 KLCI지수는 1,745.96으로 1.82% 급락했다.

1997년 12월 한국 경제까지 함락시켰던 글로벌 위환위기의 진원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였다. 수년간 경기부양을 위해 달러를 풀어온 앨런 그린스펀 전 Fed 의장이 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자 1994년 2월 4일 시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신흥국 시장에 마구 베팅했던 투자자들은 앞다퉈 달러를 회수했다. 미 금리 상승으로 달러화 자산의 수익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 자본의 논리였다.

그로부터 약 20년 뒤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토대가 갖춰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화를 위해 달러를 풀었다는 시작은 달랐지만 자칫 신흥국 외환위기라는 끝까지 같아질지 전문가들은 주목하고 있다. 미 Fed가 5년 가까이 이어온 양적완화를 축소하면서 시중에 풀린 돈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시장은 그 시기를 다음 달로 보고 있다. 이미 5월 말 벤 버냉키 Fed 의장이 출구전략을 시사한 이후 신흥국으로부터의 달러 엑소더스(대탈출)는 가속화하고 있다.

인도, IMF에 손 벌릴 수밖에 없을 것

전문가들은 해당국 통화를 투매()하는 첫 희생양으로 인도를 의심하고 있다. 달러를 빼내 가더라도 경제만 탄탄하면 외환보유액을 통해 이를 방어해 나갈 수 있지만 인도의 상황이 그렇지 않다는 것. 수년간 8% 가까운 성장률을 유지해왔던 인도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5%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고질적인 부패와 정치 불안 등 이른바 인도병도 아킬레스건이다. 영국의 대표 일간지인 가디언은 인도가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는 최악의 단계에 와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다음 타깃으로 경상수지 적자가 불어나는 태국 인도네시아를 지목했다. 모건스탠리는 미 출구전략으로 외환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는 5개국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터키를 꼽았다.

뉴욕=박현진 특파원신수정 기자 witnes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