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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군부, 국민의 피로 민주주의를 살 순 없다

이집트 군부, 국민의 피로 민주주의를 살 순 없다

Posted August. 17, 2013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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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함으로써 이집트 사태가 통제 불능의 무정부상태로 치닫고 있다. 정부 공식 집계로는 최소 638명이 숨졌다고 하지만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무슬림형제단은 2600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부상자까지 따지면 1만 명에 이른다. 이쯤 되면 대학살()이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다고 시위대에 군이 발포하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는 반() 인륜범죄다.

이집트의 비극은 민주화 혁명이 성공했다고 민주주의가 오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2011년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을 축출한 아랍의 봄 이후 무슬림 형제단의 지지를 받아 선출된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은 자유와 개방, 경제재건과 일자리를 원하는 다수 국민의 희망과 달리 이슬람 독재 통치를 해 대다수 시민세력을 실망시켰다.

참다못한 이집트 국민은 반정부 시위를 벌였고 영향력 회복을 노리던 군부는 시민사회 편에 서는 것처럼 위장해 권력을 차지했다. 비록 폭정을 펼쳤다는 비판을 받는 무르시 정권이지만 선거를 통해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을 축출하는데 군부가 개입한 것은 절차를 중시하는 민주주의에 큰 오점을 남긴 것이다.

단순히 내정()문제라고 치부하기에는 사태가 너무 심각하다. 국제평화와 안전유지에 가장 큰 권한을 가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집트의 유혈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는 결의안을 내놓아야 한다.

이집트 군부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미국도 안이한 대응으로 최악의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이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게 되자 양국간 공동훈련을 취소하고 연간 13억 달러에 이르는 군사원조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만지지탄()의 감이 든다. 미국 의회와 언론도 오바마 외교팀의 대응이 미숙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사태 관련 성명을 발표한 뒤 곧장 골프장으로 향해 빈축을 샀다.

권력을 바꾸는 최선의 방법은 공명정대하고 자유로운 선거밖에 없다. 정치권력이 마음에 안 든다고 광장에 나가 매번 폭력 시위를 벌여 지도자를 바꿀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군부통치로 회귀할 것이라는 국제사회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정치적 반대파까지 포함한 자유로운 총선거를 실시해 합법정부를 구성하는 것이 옳다.